추석 연휴를 앞두고 마음을 담아 선물을 주고받지만, 정작 선물을 열어보면 허전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커다란 과일 상자에 정작 들어 있는 건 몇 가지 과일뿐이고, 곶감처럼 개별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아 포장돼 있는 상품은 과대포장의 정도가 더 심하다. 환경오염을 막고 친환경 포장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화려한 외형보다 내실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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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구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추석을 사흘 앞둔 25일 서울 강북구 한 백화점 식품관에 진열된 곶감과 한과세트는 모두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낱개 포장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도 제품보다 포장이 커 보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직장인 최모(34)씨는 “조카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마다 포장이 과하다고 느낀다”며 “제품 가격에서 포장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클 것 같다”고 부담을 토로했다. 주부인 강모(55)씨는 “일회성 포장재는 결국 유해물질을 배출하며 소각되거나 수백 년 동안 땅에 파묻혀 썩는 것 아니냐”며 “환경오염에 대한 죄책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밝혔다. 대학원생 정모(28)씨는 “명절 전후 아파트 분리수거 요일이면 쓰레기 산이 만들어지곤 한다”며 “형형색색 포장된 선물을 받으면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만 막상 분리수거할 때는 번거롭고 귀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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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과대 포장 논란 탓에 정부와 지자체는 과대포장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단속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행법상 종합제품(선물세트)은 포장 공간 비율이 제품의 25%만 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장난감이 포함된 완구류는 35%만 넘지 않으면 되는 등 더 낮은 기준을 갖고 있다. 포장 횟수를 두 번으로 제한하는 규정도 있지만, 낱개 포장된 제품을 한꺼번에 묶어 재포장하면 사실상 단속할 방법이 없다. 제품 포장 규칙을 위반하더라도 제조사가 물게 되는 과태료는 최대 300만 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대다수 업체들이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음에도 과대포장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먼저 ‘가치소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대포장 상품 구입을 되도록 지양하고 포장지는 곱게 뜯어 재사용하거나 리필 제품을 구매하자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많은 업체가 여전히 포장이 그럴싸해야 잘 팔린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동일한 제품이면 포장재가 더 적은 것을 구매하는 식으로 소비자들이 먼저 바뀐다면 기업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