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램지·슈퍼두퍼…" 패스트푸드 넘어 '요리'가 된 버거

정병묵 기자I 2022.04.08 08:00:00

<버거, ''한식''이 되다>①
프랜차이즈 중심 버거 시장 프리미엄급 출시로 지각변동
대표 패스트푸드 버거가 요리로…하이엔드 시장 형성 중
고든램지·구찌버거 상륙…유명 셰프 버거도 속속 오픈
MZ세대 고품질 식재료 선호…"진정한 대중화 원년 될것"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패스트푸드를 대표하는 먹거리 버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통적 버거 프랜차이즈의 시장이 굳건한 가운데 해외 유명 셰프가 직접 이끄는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속속 국내에 상륙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빠르게 한 끼 때우는 메뉴에서 최고급 식재료로 만든 당당한 요리의 한 범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서구에서 유래했지만 널리 소비되며 ‘우리 음식화’가 된 피자, 프라이드 치킨처럼 버거도 그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고든램지버거의 14만원대 ‘1966버거’. (사진=고든램지버거)
올해 초부터 글로벌 버거 브랜드의 한국시장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1월에는 영국 유명 쉐프 고든 램지의 수제버거 레스토랑 ‘고든램지버거’가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열었다. 고든 램지 셰프의 유명세 만큼 소비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가격. 대표 메뉴 ‘헬스키친 버거’는 3만원이 넘으며, 한우가 들어간 ‘1966 버거’는 무려 14만원에 달해 입을 쩍 벌어지게 했다. ‘고든램지버거’는 오픈 이후 인스타그램 인증사진이 줄을 이으며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는 지난 3월 미쉐린 3스타 셰프와 손잡고 서울 이태원에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열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지만 버거도 판다. 대표 메뉴인 ‘에밀리아 버거’의 가격은 5만원대.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에밀리아 버거’. (사진=구찌 오스테리아)
대우산업개발의 자회사 이안지티는 이달 말 쉐프버거 브랜드 ‘굿 스터프 이터리(GSE)’ 매장을 서울 강남에 연다. GSE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즐겨 먹어 ‘오바마 버거’로도 유명하다. 미국 서니사이드 레스토랑 그룹의 고급수제버거 브랜드로 ‘탑 셰프’,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 등의 미국 유명 요리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파이크 멘델슨이 메인 셰프다. 국내 출시가는 미정이나 미국에서는 쉐이크쉑보다 약간 높은 8~9달러(약 1만원 내외)에 판매되고 있다.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도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 가이즈’의 국내 매장 오픈 초읽기에 들어갔다.

▲굿 스터프 이터리(GSE) 매장외부. (사진=이안지티)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쉐이크쉑, 맘스터치, 노브랜드버거 등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형성된 버거 시장에 외국 프리미엄급 브랜드가 잇달아 들어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시장 규모는 2014년 2조1000억원에서 2016년 2조4000억원, 2018년 2조8000억원, 2020년 2조960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로 ‘혼밥족’이 늘면서 4조원대 규모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버거 시장 지각변동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ESG 가치소비’를 중시하면서 고급 식재료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몇 만원짜리 버거에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된 것. 특히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런 장소에서 뭘 먹었다’는 인증이 일상이 되면서 프리미엄 버거집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방문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있는 중이다.

이미현 대우산업개발 부사장은 “우리나라에는 패스트푸드 이미지가 짙지만 사실 버거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쓴다면 ‘완전식품’에 가깝다”며 “그 전까지는 한 끼 빠르게 때우는 메뉴가 버거였다면 MZ세대들은 온전한 식사로 받아들이면서 고급 식재료를 선호하는 프리미엄 버거 시장이 비로소 열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슈퍼두퍼. (사진=SUPER DUPER 인스타그램)
오랫 동안 주요 외식 메뉴 자리를 지켜 온 치킨과 피자의 대안을 찾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치킨 시장은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는 과포화 상태로 버거가 일종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버거의 약진이 피자, 치킨으로 대표되는 외식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지난 2월 미국 유명 수제버거 ‘슈퍼두퍼’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신규 버거 브랜드 출시를 검토 중이다. bhc는 작년 편의점 이마트24에 ‘뿌링클 치킨 버거’를 출시하며 소비자 반응을 살핀 바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서울 연남동, 성수동 등 MZ세대들이 많이 다니는 상권에도 이미 비 프랜차이즈 수제버거집이 즐비한데 2030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디가 더 맛있는지 찾아다니는 게 이미 유행”이라며 “한국사람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메뉴로서 ‘버거 한식화’의 원년이 올해가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쉐이크 쉑 매장. (사진=SPC삼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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