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조사국이 3일 밝힌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중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중국의 산업생산은 약 2분기의 시차를 두고 0.18%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중국은 원재료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 때문에 제조업 이익 규모가 지난 5월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8월 기준 1000억위안 아래로 떨어졌다.
|
중국이 이처럼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 이유는 고성장기를 거치면서 중국의 원자재 소비와 수입 규모가 세계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알루미늄, 구리, 철, 석탄, 대두와 쌀 등 국제 원자재 대부분의 중국 소비 및 수입은 모두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구리, 철강, 알루미늄 등 금속의 상당 부분이 중국 부동산 및 인프라 부문에서 소비되며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원유 역시 자동차 보급 확대, 에너지 소비 증가로 원유 소비규모(일평균 1422만배럴)가 미국(1718만배럴)에 이어 전세계 2위 수준이며, 수입규모(1286만배럴)는 미국(766만배럴)을 큰 폭으로 웃돈다. 곡물류 역시 식물성유지, 육류 소비가 늘면서 함께 증가하고 있는데 중국내 대두유 소비량은 2001년 410만 톤에서 2020년 1856만 톤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알루미늄 가격도 이달 초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011년 이후 10년만에 톤(t)당 가격이 2600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최근 2900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구리와 니켈도 각각 21%, 16%씩 가격이 올랐다.
VAR모형을 통해 추산한 결과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중국의 산업생산은 약 2분기의 시차를 두고 0.18%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공 조립 등 하류부문 에 주로 참여하여 가격결정력이 낮은데, 이런 소규모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월 이후 50을 하회했다. 소규모 제조업 PMI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제조업 업황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제조업 PMI도 전달(50.1)보다 하락한 49.6에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경제는 원자재 수입이 많아 최근의 원자재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중국인민은행은 원자재가격 급등을 중국경제 안팎의 부담 요인으로 평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가격 상승은 수출단가 상승을 통해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겠으나, 최근의 경우 글로벌 수요 회복이 이러한 영향을 상당부분 상쇄하고 있다.
다만,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중국 수출물가 상승을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부정적 요인이다.
스탠다드차타드(SC)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상관계수는 0.6, 유럽 CPI와의 상관계수는 0.3 정도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내 에너지난도 심각해지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국영 에너지기업들에 석탄과 전기·석유 등 올해 겨울을 나기 위한 전력 공급량 확보를 지시한 바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산업 부문 전력까지 차단하면서 제조업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도 중국경제가 원자재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원자재 관련 규제와 친환경 정책 기조가 특정 원자재가격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중국발(發)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는 커질 전망이다. 중국도 최근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면서 석탄 등 일부 원자재가격이 급등하였으며, 구리 등 친환경 산업과 관련이 높은 원자재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Jefferies)는 “전세계적으로 생산시설 대상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생산 증가에도 상당기간이 소요되어 공급부족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