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 입주 34년차인 구로동 한신아파트 전용 44.78㎡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10일 5억3500만원(6층)에 신고가 거래됐다. 1년 사이 1억5000만원 오른 것으로, 디딤돌대출 신청 불가능한 아파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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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청년·무주택자 등이 주거사다리로 활용해온 디딤돌대출 신청가능 주택이 점차 줄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 가격 기준을 높이고 대출 상한선 등을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12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9993만원으로 11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지난달보다 1801만원이 오른 값이다. 서울에서는 하위 20%에 해당하는 3월 1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5억458만원)도 5억원을 넘어섰다.
신혼부부 등이 주로 거주하는 전용면적 60㎡ 이하 서울 소형 아파트 값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서울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6789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억4193만원 올랐다. 상승률로 보면 22.7%다.
경기도 평균 아파트값도 5억원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3월 경기도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4억9972만원으로 전달보다 1521만원 올랐다. 이는 KB국민은행이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가다.
아파트값이 뛰면서 디딤돌대출을 이용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딤돌대출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하는 주택구입자금 정책금융상품이다. 일반 디딤돌대출의 경우 연소득 6000만원(2자녀 이상 가구, 신혼부부 등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가 5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신청할 수 있다.
디딤돌대출은 규제지역이더라도 5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70%까지 인정해주는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보지 않고 금리도 일반 은행 금리보다 저렴해 무주택 청년·신혼부부 등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높다. 대출한도는 2억원(신혼부부 최대 2억2000만원)이다.
◇국토부 “기금 없어 올려줄 수 없다”
수요가 높은데 반해 대출이 가능한 주택 가격 기준과 대출 상한선에는 현실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에선 사실상 외곽, 소형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면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예산에 한계가 있다면 적어도 지역에 따라 주택 가격 기준 등을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값 상승으로 디딤돌대출과 같은 정책모기지 이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실정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 중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만기 40년 정책모기지(주택담보대출) 도입을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실수요층의 현실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정책모기지 상품의 주택 구입 자금 기준, 대출 한도 등도 살펴보고 관계부처 간 협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디딤돌대출 외에도 정책모기지 상품으로 보금자리론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디딤돌대출과 관련해 40년 만기 정책모기지 도입은 물론 주택 가격 기준, 대출 상한선, 소득·자산요건 완화 등을 모두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5억원으로 제한된 디딤돌대출 이용 가능 주택 가격 기준과 대출 한도를 높여달라는 실수요자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기금 한계 등의 문제로 인해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40년 만기 정책모기지 또한 추후 상황을 보고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