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고르게 잘 짜인 문살이 밤하늘을 들었다. 그 밤하늘 품에는 보름달을 닮은 달항아리가 안겼고. 그 달항아리는 다시 하늘 너머의 세계를 감쌌다. 오묘한 구름이 첩첩이 겹친 천상의 어느 곳이다.
작가 천현태는 ‘전통의 미’를 ‘현대적 감’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한다. 서양의 물감으로 동양의 정서를 새겨넣는 건데. 한옥 문살, 한지에 비친 달그림자, 익살을 묻힌 탈 등. 그중 ‘한국의 미’(2017)는 최근 푹 빠져 있다는 달항아리 연작 중 한 점이다. 문살이란 입체오브제에 달·도자기의 평면회화를 어울린, 극대화한 한국적 미감이라고 할까.
흔히 있는 듯 없는 듯, 담백하고 절제된 자태를 내보이는 여느 달항아리와는 다르다. 무한공간에 던져놓은 후덕함이 아닌, 각진 경계가 만든 화려한 위엄을 품고 있으니. 이들을 위해 작가가 고안한 소재가 폼포드란 종이의 원료란다. 이를 무기로 조형구성 원리에 따른 비례·균형·조화를 의도적으로 빼내는 건데. “칼로 자르고 골을 만들어 콜라주하고 채색하는, 수없이 반복적인 작업에는 오랜 시간과 고통이 따르지만 마음을 비우고 진공의 득도에 이르고자 한다”고 했다. 역시 세상에 쉬운 달항아리는 없다.
26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달항아리 온기’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혼합재료. 91×91㎝. 작가 소장. 슈페리어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