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주가가 고공 행진 중인 명신산업(009900) 주주들은 이렇게 묻는다. 명신산업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 업체인 미국 테슬라에 차체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다. 전기차 열풍을 타고 최근 주가는 공모가(1주당 6500원)의 6배가 넘는 4만원을 찍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수익 구조가 여러 계열사를 거치며 거미줄처럼 엮여 있어 찜찜하다는 게 소액주주들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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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심원이 테슬라 납품에 참여하는 배경이다. 심원은 코스닥 상장사인 엠에스오토텍(123040)과 명신산업을 거느린 엠에스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엠에스그룹 창업자인 이양섭 회장의 부인 송혜승씨와 장남 이태규 명신 대표 등 친인척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가족회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가족회사에 그룹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는다.
하지만 명신산업의 설명은 다르다. 명신산업은 증시 상장을 앞두고 금융 당국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서 “글로벌 전기차 업체(테슬라)의 벤더(하청업체) 관리 정책상 노조가 있는 명신산업과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명신산업 관계자는 “테슬라가 부품 업체를 선정할 때 심사하는 항목이 여러 개”라며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노조가 있는 회사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심사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룹 계열사인 심원을 협력 업체로 대신 등록했다는 이야기다.
테슬라는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과거 자신의 트위터에 회사 내 노조 설립 움직임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행정법원으로부터 노동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명신산업은 현재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해 있다.
명신산업의 테슬라 납품 구조가 얽히고설킨 또 다른 이유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때문이다. 심원은 지난 2018년 해외 영업을 담당하는 사업부를 분리해 100% 자회사(심원테크)를 신설했다. 이후 심원테크 보유 지분 전량을 명신산업에 넘기고 그 대가로 심원은 명신산업 신주 약 69만 주를 받았다. 명신산업이 향후 글로벌 전기차 관련 사업을 전담하고, 엠에스오토텍은 기존 고객사인 현대·기아차 대상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명신산업의 100% 자회사가 된 심원테크가 심원을 대신해 테슬라 협력 업체로 등록했지만, 금융기관 대출 심사를 새로 받아야 하는 등 업무 부담을 고려해 테슬라 공급 부품의 원재료 매입은 예전대로 심원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신산업 측은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심원이 이익을 얻으면 세무 조사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심원은 매입한 원재료를 마진 없이 매입 가격 그대로 명신산업에 판매한다”고 했다.
엠에스그룹 오너 일가의 가족회사인 심원이 테슬라와의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이 없진 않다. 2년여 전 심원이 보유한 심원테크 주식 전량과 바꾼 명신산업 주식 69만 주의 가치가 당시 138억원에서 현재 276억원으로 2배가 돼서다.
지분 교환이 이뤄진 2018년 명신산업 주식은 1주당 1만9988원, 심원테크 주식은 1주당 13만8093원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심원은 보유 중인 심원테크 주식 1주당 명신산업 신주 6.9주를 받았다. 명신산업의 현재 주가는 4만원(지난 18일 종가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