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지금으로부터 5년 전쯤, 장외시장을 취재해 기사를 썼던 기억이 떠올라 찾아보니 첫 문장이 이렇다. 2015년 3월3일자 기사였다. 당시 500선대에 머물던 코스닥지수가 600선을 넘어서며 슬슬 상승 시동을 걸기 시작한데다 정부가 기업공개(IPO) 시장 활성화에 나서면서 장외에서 거래되던 예비 상장주에 돈이 몰리던 시기였다.
그때 기사를 보면 소셜 카지노 게임 업체인 더블유게임즈가 235만원을 호가했고 미디어플랫폼 업체인 옐로모바일은 215만원에 달했다. 두 기업 모두 설립된 지 3년 정도밖에 안 된 신생업체로 장외 시장에 등장한 지는 한 달 남짓 됐었다.
그래도 더블유게임즈는 2015년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공모가는 6만5000원이었다. 그해 여름 장외 거래가격이 700만원을 넘어섰지만, 상장 직전 대규모 무상증자를 반영한 장외 거래가격이 대략 10만원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30%가량 낮게 책정됐다. 지금은 코스피로 이전상장해 7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당시 장외에서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그래도 상장 후 현금화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옐로모바일은 여전히 장외에 남아 있다. 그것도 3년째 감사의견 ‘적정’을 받지 못해 존속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286억원에 달했다. 한때 기업가치가 4조원 넘어 한국의 원조 유니콘으로 꼽혔지만 그 뿔이 꺾인 지 오래라는 평가다.
요새 다시 달아오르고 있는 장외시장을 보고 있자니 자꾸 옐로모바일이 떠오른다. 워낙 저금리로 돈이 많이 풀린데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에 나서면서 딱히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자 장외 시장으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SK바이오팜에 이어 카카오게임즈까지 상장 후 소위 따상(공모가 두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하면서 한번에 160%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주는데, 박터지는 공모주 청약 경쟁에 손에 쥘 수 있는 공모주가 몇 주 안되니 비싸더라도 미리 장외에서 확보하자는 심리인 듯하다.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에서는 증권사가 제시하는 적정주가나 따상시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사겠다는 게시물이 속속 올라온다.
물론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이 변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성장성만으로 높게 평가받을만한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현재 밸류가 적절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K팝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라는 그룹을 보유하고 있지만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국내 대표 엔터 3사(JYP엔터·YG엔터·SM엔터)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한 금액보다 더 높게 평가할만한지, 카카오뱅크가 은행산업에 메기효과를 가져온 것은 맞지만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을 합한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등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있다.
5년전 기사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멘트로 마무리했다. “만일 거품이 맞다면 빠질 때가 문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손절매가 가능하지만 장외시장에는 유동성이 부족해 발이 묶일 수 있다”
지금은 워낙 유동성이 넘치는 시기고 수위가 낮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명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