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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 왜곡 확산에..靑, 볼턴 신뢰 낮추고 美정부 압박

김영환 기자I 2020.06.23 06:00:00

청와대, 볼턴 회고록 내용 파장 일파만파에 강경 대응
볼턴 역할 축소하면서 "편견과 선입견으로 주장" 평가절하
美정부에는 향후 협상 과정 ''신뢰'' 문제삼아 대응 촉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나란히 걷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로 빠져드는 가운데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의 회고록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교적 파장을 일으키자 청와대가 22일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본인 명의의 입장까지 발표하면서 논란 차단에 나섰다.

◇앙심 품은 볼턴에 남북 관계 불똥 튈까..사전 차단 나선 靑

오는 23일 출간될 예정인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내용 일부가 보도 등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면서 청와대에 관련 입장을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컸다. 볼턴 전 보좌관이 현직이 아닌 상황인 데다 그간 청와대가 관련 칼럼이나 도서 등에 서술된 주장에 대해 공식 대응을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고록의 내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청와대도 적극적 진화로 방향을 틀었다. 볼턴 전 보좌관과 카운트파트 역할을 해왔던 정 실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회고록 내용의 신뢰를 꼬집는 한편,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외교적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볼턴 전 보좌관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압박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보좌관 재직 시절부터 슈퍼 매파로 남북 관계에 대한 신중론을 펴왔다. 때로는 ‘북한 선제타격론’이나 ‘선비핵화 이후 제재완화’라는 리비아식 모델의 북한 적용 등 과격한 주장으로 대북 문제에 주요 순간마다 재를 뿌렸다.

청와대는 이 같은 볼턴 전 보좌관의 인식이 왜곡된 주장으로 도출된 것으로 평가절하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청와대 입장을 정리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이란 등 대외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마찰을 빚다가 지난해 9월 트위터로 해고되는 수모를 겪었다. 앙심을 품은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서 저격하는 한편,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철학적 기반이나 전략이 없다”라며 사실상 낙선운동에 돌입했다.

청와대로서는 미국 백악관 내의 문제가 대북 문제로까지 불똥이 튀는 데 대한 대응에 나선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참모들이 그 직을 수행하면서 비밀준수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그런 것을 포함해서 정의용 실장이 지적했듯이 사실이 아닌 부분들에 대해서 미국 쪽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미국 쪽에서 판단해서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역할 축소 평가..美정부에 ‘신뢰’ 문제도 제기

다만 청와대는 회고록 내용의 진위를 일일이 따져보는 데 대해서는 경계했다. 회고록에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조현병(Schizophrenic) 환자 같다”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는 등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에 치우친 과격한 내용이 들어 있어서다. 그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정의용 실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도 주장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과 관련해 그 역할을 축소해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작년 판문점 회담의 당시 상황을 한번 화면을 통해서든지 당시 보도를 통해서 살펴보시면 그때 볼턴의 역할이 뭐였는지 그것은 저희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6월30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에 배석하지 않고 몽골을 방문했다.

이 관계자는 “볼턴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그것이 뭐가 사실이고 뭐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저희가 밝히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청와대의 강경한 응수 속에 미국 정부 측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정 실장이 강력 반발하며 볼턴 전 보좌관의 외교 원칙 위반 행위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촉구한 상황에서 출간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대응에 나설 수 있을지에 시선이 모인다. 우리 정부가 향후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에 대한 신뢰를 거론한 만큼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볼턴 전 보좌관에게 경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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