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얘기들이 마냥 우스갯소리는 아니었나봅니다. 심지어 외국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그것도 진지하게 나오니 말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20일(현지시간) 스포츠 도박쟁이들이 최근 주식시장에 진입하면서 증시 상승을 견인한 한 축이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코로나19로 도쿄 올림픽도 취소되고, 유럽 프리미어리그도 언제 재개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포츠 도박을 즐기던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대체재로 삼았다는 겁니다. 실제 찰스슈왑이나 E트레이드 등 온라인 증권사의 계좌 개설이 폭증한 것도 이를 일정부분 뒷받침한다고도 보도했죠.
가장 상징적인 건 스포츠 베팅 관련 사이트를 운영하던 유명인이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스포츠베팅 사이트 ‘바스툴 스포츠(Barstool Sports)’의 창립자 데이브 포트노이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바스툴 스포츠는 올 초 팬내셔널게이밍이라는 상장사에 인수됐을 정도로 유명한 사이트입니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포트노이씨는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서 E트레이드 증권사 계좌에 300만달러(약 37억원)를 예치해두고 단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매일 ‘픽스 센트럴(Picks Central)’이라는 제목의 겜블링 라디오를 방송했었는데, 이제는 ‘스톡 센트럴(Stocks Central)’이라는 이름으로 주식시장 관련 내용을 방송하고도 있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주식 투자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고요. 평생 주식을 한 두 주 사봤을 뿐이었던 그였지만, 자가격리 기간 동안 보잉 등 여러 주식에 손을 대고 또 큰 손실을 봤다고 합니다. 그는 장기보유할 생각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하루 사고 하루 파는 전형적인 단타를 즐기고 있다고도 하네요.
한국 주식시장도 비슷할 겁니다. 실제 코로나19 탓에 스포츠토토를 할 수 없어 올해 처음으로 주식에 손 댔다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종종 목격되기도 하고요. 꼭 스포츠 토토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비트코인을 하던 심정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겁니다. 3월 이후 주식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며 큰 변동성을 보였던 것도 이들에겐 즐거움(?)으로 작용했을 테니까요. 또 이들 중 상당수는 꽤 수익을 봤을 가능성도 큽니다. 실제 개인들이 주로 매집했던 진단키트주, IT관련주들이 테마를 타고 급등한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주식시장 한 켠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급락 후 급등하는 시장에서 재미를 본 탓에 앞으로도 ‘불나방’ 같은 매매패턴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죠. 실제 한국 시장은 상당기간 박스권 안에서 움직이던 재미없는 흐름을 보여왔고 저성장 등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시장에서 우량주를 사기보단 위험도가 높은 테마주 위주로 단타 매매만을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고 또 손실을 보는 사람도 늘어나면 주식시장 외면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면서요.
“만약 당신이 투자를 하려고 한다면 단타매매가 아닌 장기투자를 해야한다”. 이런 말을 했던 건 고루한 애널리스트가 아닌 바로 단타매매를 즐긴다던 포트노이씨입니다. 그는 지난달 말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나처럼 단타매매를 하려 한다면 잃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죠. 개인투자자들은 하루에 몇 번 씩 사고 파는 매매로는 잠깐의 행운을 얻을 순 있어도, 장기적인 수익을 얻긴 힘들다는 사실을 유념해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