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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록의 미식로드] 옛 향수와 '갬성'으로 살아난 ‘육림고개’

강경록 기자I 2020.01.17 06:00:00

강원도 춘천 육림고개

1990년대 이후 몰락 위기를 맞은 육림고개에 청년 사업가들이 몰려들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춘천 중앙시장과 이어진 육림고개는 1980년대 후반까지 이 도시를 대표하는 골목 시장이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육림고개. 혹은 미가리고개라고도 불렸다. 강원도 춘천 조양동에서 홍천~원주 방면으로 가는 고개였다. 지금은 문을 닫은 ‘육림극장’에서 유래해 육림고개라고 불렀다. 춘천 토박이라면 누구나 기억의 나이테에 들어 있을 법한 이름이다.

이 좁은 오르막길은 한때 이 도시를 대표하는 골목 시장이었다. 평소 가장 많은 인파로 붐비는 명동거리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목 좋은 중심상권으로 호황을 누렸다. 1980년대 후반까지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에서 옷, 신발, 과일, 생선까지 온갖 것을 다 파는 노포들이 길 양편으로 이어지며 손님을 불러들였다. 고갯마루 주변에서 인파가 끊이지 않던 탓에 당시 육림고개 상권은 지역 경제를 읽는 잣대였다.

199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신도심 개발, 대형마트 입점, 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하나둘 점포 셔터가 내려졌다. 한때 49개 점포 중 빈 점포가 37곳에 이를 정도로 몰락 위기에도 몰렸다. 휑뎅그렁한 거리, 페인트가 바래고 들뜬 회색 풍경, 점포의 찢긴 천막만 펄럭이는 잊힌 거리로 전락했다.

변화의 시작은 2015년 막걸리촌 특화거리 조성을 시작하면서부터. 이듬해인 2016년에는 육림고개 상인창업지원사업을 실시했다. 아날로그 감성은 살리고, 트렌디한 젊은 기운을 불어넣었다. 막걸리 한잔에 고된 일과를 위로받는 기성세대의 향수와 낭만에다 참신 발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탰다. 이어 2017년에는 청년들이 골목에 들어왔다. 열정 가득한 젊은 상인들은 텅 비어 스산하던 골목으로 들어왔다.

잊혔던 육림고개는 그렇게 다시 주목받았다. 낡은 건물 외벽을 밝은색으로 채색하고, 녹슨 철근이 드러나던 옥상은 전망 좋은 커피숍 등이 밤까지 불을 밝혔다. 평범한 식빵에 천연재료를 담아낸 상점을 비롯해 직접 수확한 농산물과 유기농 재료로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식당도 골목의 풍미를 더했다. 학원 강사 출신의 바리스타가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내려주고, 양념 비법을 꽁꽁 숨긴 닭강정집은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수십년간 제자리를 지켜온 올챙이 국숫집은 노포의 아날로그 향수를 더했다. 그렇게 육림고개 골목골목은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육림고개에 들어선 청년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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