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으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0대 청소년들 사이에도 퍼지고 있다. 단순히 뉴스에서 일본 불매운동을 많이 접했다거나 주변의 권유가 아니라 ‘과거사 문제’ 등 청소년들 스스로가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명확한 이유도 제시한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문구류부터 만화 및 게임 등 콘텐츠, 의류와 식품 영역에 이르기까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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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불매운동 참여 증가는 여러 설문조사 결과로 증명된다. 지난 14일 교복업체 스마트학생복이 ‘청소년 역사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약 94%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일부터 9일간 진행돼 초등학생 28명, 중학생 498명, 고등학생 578명 등 청소년 1104명이 참여했다. 현재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4.2%는 ‘매우 동참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가급적 동참하고자 한다(37.3%)’, ‘어느 정도 동참하고 있다(12.3%)’ 순으로 답변이 많아 응답자의 대부분이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이유도 명확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63.1%)’이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최근 정치적 이슈(무역보복)로 동참하게 됐다(22.6%)’, ‘시국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됐다(6.5%)’ 순으로 나타났다.
입시전문 교육기업 진학사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진학닷컴 고등학생 회원(고1~3) 3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제품 불매 이슈 관련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일본 제품 불매 이슈에 대해 들어본 적 있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372명 모두가 ‘있다’고 답했고, 일본 제품 불매에 참여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78.2%(291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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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동참에 국내 브랜드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특히 국산 볼펜 및 문규류 대표 브랜드인 ‘모나미’와 ‘모닝글로리’는 일본의 제트스트림과 하이테크, 시그노, 사라사 등을 대신하며 최근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일본 문구류가 국내 시장 70% 이상을 선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쟁관계에 있는 모나미 제품을 애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모나미 매출과 주가가 급등했다. 모나미 관계자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7월 한 달 간 모나미 온라인 전용몰 매출은 지난 6월과 비교해 4배 이상 늘었다”면서 “오프라인 도매상을 통해 판매되는 매출액은 일일이 집계할 수 없어 제외했는데도 매출과 주가 상승이 빠른 시일 내에 큰 폭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의류와 식품 및 먹거리, 게임기도 일본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일본 만화를 시청하지 않거나 대체 품목과 브랜드 목록을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11번가에서는 7월 7일∼8월 6일 닌텐도 게임기 거래액이 전월 대비 30%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리브영에서도 8월 1∼5일 키스미, 하라다보 같은 화장품 브랜드와 발바닥 패치 휴족시간 등 일본 브랜드 제품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청소년들은 수요집회에 참여하는 등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적극 행동까지 이어가고 있을 만큼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면서 “밀레니얼 세대들이 잠재적 고객인 동시에 부모의 소비 지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직접적인 경제 주체가 아님에도 유통업체들이 마케팅에 신경을 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