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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등 한반도 주변 4대 강국 정상도 아니었지만 조코위 대통령과 마하티르 총리의 활약은 오히려 주연을 능가하는 명품 조연이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문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조코위 대통령, 김정은 초청 파격 제안에 文대통령 “적극 검토” 화답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관계는 문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간 우정이 커지면서 더욱 밀접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동남아 3개국 순방의 일환으로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조코위 대통령 역시 지난 9월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했다. 문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은 상호 국빈방문을 통해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조코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 당시 한국 의전을 벤치마킹한 공식환영식을 선보였다. 특히 전통카트를 함께 타고 문 대통령과 시장을 방문해 전통의상인 바틱을 선물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역시 조코위 대통령의 국빈방한 당시 세계문화유산 창덕궁서 공식 환영식을 개최한 것은 물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패션몰을 방문해 옷을 선물하는 파격을 선보인 바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14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지원사격했다. 내년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공식 초청이라는 파격 제안을 내놓으며 “남북이 참석하면 특별정상회의의 의미가 더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주목되는 제안”이라면서 “한반도 정세가 평화를 향해 더 나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적극 검토하겠다. 이를 위해 아세안 국가들과 사전에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에도 남북정상을 공동으로 초청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한 바 있다. 조코위 대통령의 제안은 아이디어 차원인 만큼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만 김 위원장의 내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이 성사되면 한반도 평화의 결정적 전기가 마련되는 것은 물론 북한이 국제무대에 정상국가로 진입하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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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생인 마하티르 총리는 93세 나이의 노정객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영삼(YS), 김대중(DJ), 김종필(JP) 등 이른바 3김과 비슷한 세대다. 80년대 초반부터 20년간 말레이시아를 통치했던 마히티르 총리는 지난 2003년 정계에서 은퇴했다가 올해 선거를 통해 15년 만에 정계에 복귀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과거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를 화두로 논쟁을 벌일 정도로 선이 분명한 정치인이다. 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는 우리와 달리 IMF식 처방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런 마하티르 총리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C)에서 인상적인 발언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혜안을 보여줬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 실무협상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제3자로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또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의미심장한 발언을 쏟아냈다.
마하티르 총리는 15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한반도 문제에 할애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졌고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 대응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군사력을 제로(Zero) 수준으로 감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대방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때 북한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해법으로 “북한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그것은 제재의 일부를 줄이는 것”이라면서 “그럴 때 북이 더욱 고무되어 완전한 감축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북이 합의사항을 이행하려는 의지를 관측할 수 있다면 북을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대북 제재완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견인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마히티르 총리는 앞서 전날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한국의 경제성장과 발전상을 극찬하면서 노하우 전수를 요청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한국은 한때 아시아의 은둔국가로 평가받았으나 이제는 아시아 경제 발전에서 선두를 달리는 첨단국가로 성장했다”며 “특히 산업기술, ICT,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선진국가로서 우뚝 섰다. 과거에는 말레이시아보다 못사는 나라였는데 최첨단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말레이시아는 한국에 수많은 학생들을 유학 보내고 있다”며 “많은 것을 한국에서 배우고 싶고, 이를 바탕으로 말레이시아도 선진화를 달성하기 바란다. 한국 성장의 비결을 배우고 싶다. 한국은 우리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