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무대가 '와르르'…이런 연극 처음이지?

장병호 기자I 2018.10.25 06:00:00

11월 주목할 연극 3편
고전 연극과 웨스트엔드 화제작
중견 극작가 신작 등 무대 올라

연극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콘셉트 이미지(사진=신시컴퍼니, 세종문화회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연극의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올해 11월을 기다려야 한다. 올해 개관 40주년과 30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이 신작 연극 3편을 기획공연으로 선보인다.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해외 화제작, 세월을 거스르는 고전, 국내 중견 극작가의 신작이 연이어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난다.

◇코믹 연극 ‘플레이 댓 고우즈 롱’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와 함께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11월 6일~내년 1월 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을 초연한다. 2012년 영국 런던의 프린지 공연장에서 코믹 단막극으로 첫 선을 보인 작품이다. 단 4명의 관객으로 시작한 공연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로 입소문을 타며 2014년 웨스트엔드 진출에 성공했다. 왓츠온스테이지 어워즈·올리비에 어워즈·토니 어워즈 등 각종 공연 시상식을 휩쓸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제목은 ‘뭔가 점점 잘못 돼가는 연극’을 뜻한다. 극중극 형식의 작품으로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장르 연극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을 공연하고자 하는 콘리 대학 드라마 연구회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 속 공연이 엉망진창으로 변해가는 상황을 통해 ‘비극이 희극이 되는’ 웃음을 선사한다. 공연을 하는 동안 무대가 무너져내리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 이를 위해 연습에서도 실제 무대 세트를 들여와 연습에 임하고 있다.

스타 배우는 없지만 대신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로 탄탄한 호흡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1명의 배우들이 맹 연습 중이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프로듀서는 “현재 세계 연극의 추세는 배우들이 몸을 잘 써야만 가능한 연극”이라며 “이 작품은 한국에 없던 스타일로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 ‘인형의 집’에 출연하는 배우 이기돈(왼쪽부터), 홍승균, 정운선, 우정원, 김도완(사진=예술의전당).


◇노르웨이 헨릭 입센 고전 ‘인형의 집’

예술의전당은 ‘인형의 집’(11월 6~2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과 ‘어둠상자’(11월 7일~12월 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나란히 무대에 올린다. ‘인형의 집’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극작가 헨릭 입센이 1879년 발표한 작품이다. 순종적인 가정주부 노라가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인형으로, 결혼 후에는 남편의 인형으로 살던 자신의 굴레를 깨닫고 가정과 가족을 떠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여성해방과 성평등을 환기시켜온 문제작으로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해석으로 변주돼온 고전 중의 고전이다.

이번 공연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창작진이 참여해 색다른 연극 미학을 보여줄 예정이다. 러시아 바흐탄고프극장의 수석연출가이자 ‘보이체크’ ‘갈매기’ 등으로 한국 관객과 만났던 유리 부투소프가 연출을 맡는다. 독특한 무대 미학으로 유럽 전역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무대미술가 알렉산드르 쉬시킨, 극의 감정선과 역동성을 살린 안무로 정평이 난 안무가 니콜라이 레우토프가 함께 한다. 유리 부투소프가 오디션으로 직접 선발한 배우 정운선·이기돈·우정원·김도완·홍승균이 무대를 꾸민다.

◇이강백 극작·이수인 연출 ‘어둠상자’

‘어둠상자’는 최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그렸던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다. 고종의 마지막 어진을 찍은 황실 사진가 집안이 4대에 걸쳐 그 사진을 되찾기 위해 펼치는 108년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중견 극작가 이강백이 쓴 극본을 연출가 이수인이 무대화한다. 4막으로 구성한 일종의 옴니버스극으로 각각의 막이 자체로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돼 전개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강백 작가는 우화와 풍자를 뒤섞어 시대와 사회를 해석해 내는 특유의 작품 스타일로 ‘알레고리의 작가’로 불린다. 1998년 ‘이강백 연극제’ 이후 20년 만에 예술의전당과 함께 신작을 선보인다. 이수인 연출은 언어·소리·음악을 활용해 신체의 연극을 추구하는 특유의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강백 작가와는 2016년 ‘심청’을 시작으로 무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수인 연출은 “우리 근현대사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벗어던지고 어둠상자를 벗어나 빛이 보이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어둠상자’ 연습 장면(사진=예술의전당).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