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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자사 건물을 신축하면서 1층에 다른 오설록 매장과 조금 다른 ‘오설록 1979’를 개장했다. 녹차 전문 매장인 이 ‘오설록 1979’는 올 초 애프터눈 티세트를 출시했다. 마치 홍차가 아닌 녹차로도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듯하다.
이 매장은 누구라도 서울 용산구 인근을 지난다면 즐길 수 있지만 애프터눈 티 세트만은 예외다. 2인 기준으로 네이버 예약 고객에 한해 제공된다. 또 2시간 안에 티 세트를 즐기고 매장을 떠나야 하는 규칙도 지켜야 한다.
예약 고객이 착석하면 8가지 찻잎이 담긴 쟁반을 받는다. 아기 주먹보다 조금 작은 백자형 단지 안에는 서로 다른 8가지 찻잎이 들어 있다. 녹차가 주류를 이루지만 홍차도 있다. 주로 오설록이 과일이나 여러 가지 찻잎을 섞은 ‘블렌드 티’와 발효차 등을 고를 수 있다. 찻잎을 고르면 그때부터 디저트를 만들어서 차와 함께 내어온다.
3단 접시와 샌드위치를 담은 작은 접시가 함께 나온다. 샌드위치를 가장 먼저 먹고 3단 접시 아랫부분 디저트부터 하나씩 차례로 먹으면 된다. 흰색 샌드위치는 떡으로 만들었다. 쫄깃쫄깃한 대신 나오자마자 먹는 게 좋다. 떡은 식빵보다 빠르게 굳어서다. 녹차 식빵으로 만든 다른 샌드위치도 바질페스토 향이 퍼지면서 상큼한 편이다.
작은 스콘이 물고 있는 건 버터와 팥앙금이다. 칼로리는 포기하는 편이 낫다. 버터는 단 팥앙금 맛을 상쇄하는 편이다. 다만 스콘은 조금 딱딱하고 차가운 편이다. 스콘 옆 쿠키는 프랑스식 ‘튀일 쿠키’라는데 익숙한 맛이다. 마치 얇은 전병(센베이) 과자를 먹는 기분이 든다.
중간 접시는 녹차 마스카포네 티라미스가 풍부한 맛을 자랑했다. 치즈 향이 쌉쌀한 녹차가루와 섞이면서 단맛을 잡아줬다. 함께 나온 간식 당도가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상대적으로 달지 않은 간식에 좀 더 손이 간다.
가장 윗접시에 있던 과일 젤리는 귤이라 상큼하다. 대신 향이 강해서 차를 모두 마신 뒤에 먹는 게 낫다. 새콤한 향이 입안에 퍼진 상태에서 차를 마시면 마치 생수를 먹는 느낌이 든다. 애프터눈 티세트 주인공은 간식이 아니라 차란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사실 이중에서 찻잎을 우린 홍차나 녹차가 가장 맛있다. 찻잎을 우려서 향을 맡고 음미하면서 티 세트를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