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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은 미래'를 택했다..밤섬지킴이 자처한 LG화학 '그린메이커'

이준기 기자I 2017.09.20 06:00:00
LG화학이 지난 5월23일 밤섬지킴이 봉사단인 ‘그린 메이커(Green Maker)’를 출범하고 서강대교 아래 밤섬에서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와 환경정화 활동을 벌였다.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생태적 보호가치가 큰 생물들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데 제가 일조한 거잖아요. 보람을 안 느낄 수가 없죠. 덕분에 ‘한강 밤섬’의 역사까지 ‘덤’으로 알게 됐고요. 여러모로 뜻깊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LG화학 밤섬지킴이 참가자)

LG화학(051910)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자 출범한 사회공헌활동 ‘그린 메이커’(Green Maker·공식명칭은 ‘옳은 미래, LG화학이 그리는 Green세상’)가 업계와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일회성 차원에서, 그것도 ‘돈’으로만 생색내려는 통상의 대기업 사회공헌활동과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다.

LG화학 밤섬 지킴이 봉사단인 ‘그린 메이커(Green Maker)’가 지난 5월23일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와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고자 밤섬에 진입하고 있다.
◇밤섬과의 긴 인연 작용..“교란식물 제거, 정화, 철새 서식 지원”

이 사회공헌활동은 일종의 ‘장기’ 프로젝트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갖춘 한강 밤섬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다양성을 지키자는 취지다. 다른 식물에 기생하거나 해를 끼치는 교란식물 제거 작업과 장마철 이후 쌓인 이물질을 치우는 정화 작업, 철새들의 안정적인 서식을 위한 ‘먹이주기’ 작업 등 크게 3가지 활동으로 이뤄진다.

첫 타깃이 서강대교 아래 밤섬으로 정해진 데는 LG와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1988년 LG그룹은 갈대, 버들 등 5만8000포기의 식물을 밤섬에 식재하는 데 지원했고, LG상록재단은 1998부터 2005년까지 매년 12~2월 철새조망대를 운영해 시민의 손쉬운 철새 관찰을 도왔다. LG화학 본사가 있는 여의도 인근 위치한 점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밤섬에 멸종위기 동·식물이 많이 서식한다는 사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밤섬은 1999년 서울시 최초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12년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곳이다. 긴병꽃풀 등 112종의 식물과 멸종위기 조류 37종이 출연하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철새도래지로 잘 알려졌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밤섬은 1968년까지 400명가량이 거주하던 유인도였지만, 자주 물에 잠겼던 여의도를 살리고자 폭파됐고, 이후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며 “그만큼 생태적 보호가치가 크다는 판단 아래 한강사업본부와의 협의를 거쳐 지난 5월 공식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화학 밤섬 지킴이 봉사단인 ‘그린 메이커(Green Maker)’가 지난 5월23일 밤섬에서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와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기에 앞서 사전 교육을 받고 있다.
◇세계생명다양성의 날에 첫발 내디뎌..“‘옳은’이라는 단어에 감동”

이 사회공헌활동을 만들어 내기까지 LG화학은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화학업계 대표기업으로서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친환경분야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자료조사, 국내외 기업의 우수사례 벤치마킹 등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6월 유엔글로벌컴팩트(UNGC) 리더스서밋(LeadersSummit)까지 참석했다. 결국, 추진 7개월여만인 지난해 12월 주요 임원진이 참여한 사회적책임(CSR) 위원회 승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밤섬 사회공헌활동은 일단 매년 4번에 걸쳐 진행하기로 하고 200여명의 임직원을 선발했다. 봉사단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자발적으로 꾸려졌다고 한다. 해당 게시글에 2000번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직원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회공헌 활동의 공식 명칭이 ‘옳은 미래, LG화학이 그리는 Green 세상’인데, ‘옳은’이라는 단어에 감동해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박진수 부회장을 비롯한 80여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밤섬에 첫발을 디딘 건 지난 5월23일 화요일. UN이 정한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5월22일)을 기념하는 의미로 날짜를 잡았다고 한다. 임직원들은 반나절 간 쉬지 않고 각자 맡은 구역에서 가시박 제거, 쓰레기 청소를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환경 이슈에 대한 중요성을 몸소 느끼는 날이었다”며 “‘밤섬은 우리가 지킨다’는 생각에 매우 뜻깊은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LG화학 밤섬 지킴이 봉사단인 ‘그린 메이커(Green Maker)’가 지난 5월23일 밤섬에서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와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봉사단 착용 장비들, 모두 기부..밤섬 넘어 활동범위 넓힐 것”

그렇다고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무턱대고 활동하게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잘못된 지식으로 어설프게 행동했다간 오히려 밤섬에 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이 봉사단을 대상으로 밤섬 전문가인 동국대 이호영 교수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한 배경이다. 안전을 위한 보호복과 장비를 착용법, 대표적 교란식물인 가시박의 모습과 제거방법도 상세히 배웠다.

가시박은 왕성한 생명력과 지나친 번식력으로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주변 식물을 질식시키는 환경유해식물로 잘 알려졌다. 밤섬에서는 ‘눈엣가시’로 통한다.

봉사단이 착용했건 장화와 고글, 팔토시 등 보호장비는 ‘굿윌스토어’에 기부됐다. 굿윌은 ‘자선이 아닌 기회를’이라는 사명으로 한 글로벌 사회적 기업으로, 사용하지 않은 의류, 물품 등을 기부받아 재가공해 판매한다. 다른 관계자는 “환경보호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위한 나눔도 무시할 수 없다”며 “굿윌스토어 기부를 정착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LG화학은 이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 ‘체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단 이달 중 환경정화운동을 벌이고, 12월에는 서식 중인 철새 먹이주기 활동을 진행하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생물다양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며 “밤섬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태보호지역으로 활동범위를 넓혀 다음 세대를 위한 그린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일조하겠다는 게 우리의 계획”이라고 했다.

LG화학 밤섬 지킴이 봉사단인 ‘그린 메이커(Green Maker)’가 지난 5월23일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와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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