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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한 수컷들이 펼치는 구라의 향연

김미경 기자I 2016.11.02 06:28:53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288쪽|예담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질한 조폭이 대거 등장하는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본 느낌이다. 사기꾼, 양아치, 삼류 포르노감독, 인력사무소 사장, 마사지사 등 소위 밑바닥을 사는 뒷골목 건달들이 인생 한 방을 찾아 헛꿈을 꾸는 이야기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이후 4년 만에 장편으로 돌아온 작가 천명관이 거짓말과 허세, 실수투성이 수컷들의 삶을 흥미롭게 풀었다.

정식 조직원을 꿈꾸는 인천 연안파 어린 건달 울트라는 사설경마에 투자한 두목의 심부름으로 말을 손보러 갔다가 우연히 종마를 훔쳐 몰래 키우는데 가격이 무려 35억원. 밀수 다이아몬드와 말을 두고 조폭들이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4개월간 카카오페이지에 웹소설로 먼저 연재해 8만여 독자가 읽었다. 문학보다 대중적인 장르소설이 사랑받는 플랫폼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거친 입말, 능청스런 유머, 인생의 비애와 아이러니를 포착해내는 특유의 화법이 녹아 있어 ‘역시 천명관답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좌충우돌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결국 우리 삶이 그들처럼 피가 튀진 않더라도 어떻게 펼쳐질진 알 수 없는 인생이란 걸 말한다.

소설은 수컷들의 벌거벗은 욕망을 좇지만 배후에 있는 결핍과 페이소스를 놓치지 않는다. 시종일관 흡입력 있는 입담을 펼친 저자는 정작 다른 사람에게서 모두 주워들었다며 세상의 이야기꾼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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