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아]'2주 154만원' 공공산후조리원, 시설은 강남급 가격은 반값

이지현 기자I 2016.10.14 06:30:00

작은육아 2부 ‘출산부터 돌잔치까지’ ①산후조리원
고급 시설 서비스 구축 2주간 157만원…셋째엔 70% 할인
아이 낳고 돌보는 경제적 심리적 부담 덜어주며 인기 ''톡톡''

해남 공공산후조리원 간호사가 신생아를 살피고 있다.(사진=이지현 기자)
이데일리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와 함께 ‘적게 쓰고 크게 키우는 행복한 육아’라는 주제 아래 연속 기획을 게재합니다.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육아 부담을 줄여 아이를 키우는 일이 행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작은육아’ 기획시리즈에 많은 독자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해남(전남)=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에 위치한 해남종합병원에서 운영하는 해남 공공산후조리원을 찾았다. 이 곳은 전라남도가 도비 5억원을 지원해 설립한 1호 공공산후조리원이다. 전라남도와 해남군이 나눠서 운영비도 일부 지원한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먼지 묻은 신발은 출입금지다. 실내화로 갈아신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해남 공공산후조리원 입구에 설치된 에어샤워부스(사진=이지현 기자)
출입구에 설치된 에어샤워부스에서는 강풍이 몸에 묻은 먼지와 세균을 씻어낸다. 손을 씻고 소독된 녹색 위생가운으로 갈아입고서야 산후조리원 입장을 허락 받았다.

한양숙 조리원실장은 “면역력이 약한 산모와 아이를 위해 남편을 제외한 외부인 출입은 아예 금지하고 있다”며 “남편도 새옷으로 갈아입어야 출입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시설은 강남급 가격은 반값

해남 공공산후조리원은 496㎡(150평) 넓이에 산후조리실 10개소와 신생아실 2개소, 수유실 등을 갖추고 있다. 개인 화장실을 포함해 산모 한명당 18㎡(5.5평)이다.

산부인과 의사와 소아과 의사, 조산사자격증 등을 보유한 베테랑 관리실장, 산모별 전문 식단을 짜는 영양사,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11명이 산모 10명과 아이 10명을 돌본다. 간호사는 4명이 3교대로 근무한다. 신생아 5명당 간호사 1명이다.

신생아실은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상태가 불안정한 신생아는 감염에 취약해 1룸에서 관찰 후 치료가 완료되면 2룸으로 옮겨서 함께 돌본다.

한양숙 실장은 “다른 산후조리원 간호사는 1명당 6명 이상의 아이를 돌본다”며 “여기서는 간호사 1명당 돌보는 아이가 많지 않아 아이에게 더 관심을 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과 연결된 아래층 프로그램실에는 편백사우나기, 샌드베드, 경혈마사지기 등이 비치돼 있다. 무료다. 일주일에 한번씩 피부관리사가 방문해 무료로 피부관리 서비스도 해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산후조리원의 평균 이용요금은 2주 기준으로 일반실 약 228만원, 특실 약 298만원이다. 산모 마사지와 임신부 요가, 좌욕 서비스 등 산후조리원이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가 더해지면 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해남 공공산후조리원 이용료는 2주에 154만원이다. 셋째아이 출산, 국민기초 수급자, 장애인, 국가유공자, 미혼모, 다문화가족, 북한이탈주민 등은 70% 할인한다. 46만 2000원이다. 나머지 비용은 전라남도와 해남군이 반반씩 나눠 부담한다.

해남 공공산후조리원 산모들이 프로그램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이지현 기자)
◇ “위생관리 놀랍다” 산모 만족도 92%

청결한 시설관리와 부담 없는 서비스는 산모들에게 인기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9월부터 5월까지 9개월 동안 이용자 189명을 대상으로 이용 실태와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92%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시설 운영 전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항목별 만족 답변은 의료진 친절도 98%, 신생아 감염관리 99%, 산후조리 프로그램 92%, 청결상태 95%, 편의시설 92%, 산모 식사 94% 등이다.

지난 6월까지 이곳을 다녀간 산모만 210명에 이른다. 매달 10여명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넷째아이를 출산하고 3일을 대기하다 산후조리원에 들어온 박연희(33)씨는 “일반 산후조리원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철두철미한 위생관리에 가족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남편 고향으로 내려와 둘째를 낳은 이다혜(27)씨도 “다른 산후조리원의 서비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과 연계해 찾아오는 어린이보험이나 손발동판, 백일사진 등 물품 관련 방문 판매가 전혀 없다는 점도 산모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공공산후조리원을 유치한 김동국 해남병원장은 “병원의 업무 특성상 여직원들이 많은데, 그동안 직원들이 아이를 낳을 때 목포나 광주로 갔다. 우리병원에도 산부인과 있고 분만실이 있지만, 결국은 산후조리원 때문에 멀리까지 출산을 하러 가곤 했다”며 “병원 내에 산후조리원이 생긴 후 지역주민도 많이 이용하지만 병원 직원들도 이용하게 돼 여러가지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특식으로 잉어탕도 서비스 하는 등 지출을 아끼지 않은 탓에 지금은 운영할수록 적자이지만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도 이같은 서비스를 유지할 계획이다. 더 많은 공공산후조리원이 생겨 산모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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