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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은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창출력이 현저히 떨어진 와중에 대규모 국내외투자로 차입금은 늘면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동국제강의 주력사업은 선박을 만드는데 쓰이는 후판부문과 건물 짓는데 들어가는 봉강·형강부문이다. 특히 후판 부문 영업적자는 △2012년 1847억원 △2013년 642억원 △2014년 1260억원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같은 기간 후판 시장점유율은 28%에서 21%, 가동률도 67%에서 55%로 하락했다.
현대중공업계열 후판수요 상당부문이 현대제철로 전환됐고, 원재료(슬래브)를 전량 외부조달해 경쟁사보다 원가경쟁력이 낮아지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원가경쟁력 회복을 위해 2011년 브라질 제철소에 투자를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원재료 조달은 최소 내년 이후에 가능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동국제강은 ‘통장을 스쳐 가는 월급’처럼 1400원을 벌면 1000원을 이자로 내야 상황에 처해있다. 작년말 연결기준 이자비용 대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비율이 1.4배.
투자의 과실을 거두기엔 기다려야 할 시간이 남아 있는데 주력사업에서 돈을 제때 벌지 못하면서, 필요한 자금은 계속해서 외부로부터 빌려 왔다. 동국제강의 순(純)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 제외 금액)은 작년말 연결기준 4조3000억원(별도기준 약 3조2000억원)이다. 해마다 2000억~3000억원씩 차입금이 늘어왔기 때문에 집(페럼타워)을 팔아서 손에 쥐는 현금 4200억원(재임대비용 제외)으로는 빚의 10% 정도만 갚을 수 있다. 근본적인 재무개선이 이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개인도 그렇듯이 기업 역시 저수익 구조에서 과중한 빚을 안고 있으면 신용도가 내려가기 마련이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동국제강 신용등급을 작년말 A에서 A-로 내린데 이어 최근 한 달간 또한번 연쇄적으로 조정했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A-에서 BBB+로 한 단계씩 낮췄고, 한국신용평가는 A-에서 BBB로 두 단계를 강등했다. BBB는 투기등급과 단 두 노치(단계)차이. 특히 3사 모두 등급전망(아웃룩)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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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구조조정 의지는 시장에 긍정적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는 것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정상적으로 차환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의미다. 동국제강이 지난해 만기도래한 회사채 5000억원을 단기차입금으로 갚은 것도 회사채 차환능력 악화와 연결돼 있다.
복수의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페럼타워 매각 전에 신용등급을 조정했지만, 연내 매각할 가능성은 분석에 반영했다”며 “후판부문 실적 저하가 지속되고 추가적인 자구노력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페럼타워 매각만으로는 이전의 등급수준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하는 트리거(향후 등급·전망 변동 요인)를 보면 추가로 강도높은 자구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등급 상·하향 트리거로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을 12배로 제시하고 있는데 페럼타워 매각대금 전액을 차입금 상환에 쓰더라도 추가로 8000억원 안팎의 차입금을 갚거나, 같은 비율만큼의 이익을 더 내야한다.
다만 회사채 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페럼타워 매각의 상징성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금호·동양·웅진 등 재무상황이 악화 그룹들 상당수가 오너의 결단이 늦어서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넜지만, 동국제강이 이번 페럼타워 매각으로 오너의 구조조정 의지를 보여준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 애널리스트도 “동국제강은 매년 금리·한도 변동 위험에 노출되는 단기차입금이 늘어왔는데 페럼타워 매각은 여신기관에게 종전보다 긍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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