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전략)기대감말고 실적으로 보여줘

박상희 기자I 2008.12.24 08:24:33
[이데일리 박상희기자] 전일 오전까지만 해도 급격하게 내려온 환율이 조정을 받는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1300원에서 82원 급락한 것을 생각하면 엊그제 급락폭을 포함해 20~30원 정도는 잠시 튀어오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환율이 오후에도 상승폭을 지속적으로 키우면서 연말 낮은 환율을 기대하던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역외시장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산타랠리와 당국이 연말 종가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았다. 그동안 연말 기대감에 잠시 가려졌던 국내외 펀터멘털 약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밤사이 미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경제성장률 전망이 우려되는 수준으로 나오면서 펀더멘털 불안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우선 미국의 11월 주택판매는 전월대비 8.6%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가의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수치로 집값 하락에도 미 부동산시장이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 확정치는 월가의 전망치 수준인 -0.5%로 확정됐지만, 올 4분기 성장률은 -6%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더 주목받았다.

국내사정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고용시장 위축과 기업구조 조정에 따른 파장이 환율상승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한국이 금융위기 경계선에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전일 외화자금 시장에서는 달러 유동성은 일단 탄탄해 보였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환율 급등에도 스왑포인트가 급락하거나 통화스왑(CRS)금리가 폭락하지 않았지만 전일 정부가 풀어놓은 미국과의 통화스왑 자금 덕분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외환당국의 시나리오에 따라 외환시장이 움직였지만 더이상 기대감만으로는 나가기 어렵다. 시장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 기대감이 아닌 실적으로 보여달라는 시장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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