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부상자 2명 병원 치료…나머지 8명 무사 초기 부상 신고 9명까지 늘었지만 영사 대면 확인 고속열차 2대 충돌…사망 68명·부상 80명 신호체계 장애 후 운행 재개 허가…관제 판단 도마 1월에도 같은 노선서 46명 사망…철도 안전 논란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스페인에서 발생한 고속열차 충돌 참사 당시 한국인 10명이 사고 열차에 탑승해 있었으며 이 가운데 2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체 사망자는 최소 68명으로 늘었다. 스페인 정부는 철도 신호체계에 장애가 발생한 뒤 정차 중인 열차가 있었는데도 다른 열차의 운행 재개를 허가한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약 150㎞ 떨어진 톨레도주 우르다와 로스예베네스 사이에서 고속열차 렌페 AVE와 이리오 열차가 충돌한 사고 현장이 항공 촬영 영상에 담겨 있다. (사진=AFP)
28일(현지시간)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현장에 급파한 영사가 한국인 탑승객 10명을 직접 확인한 결과 2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1명은 경상을 입었고 다른 1명은 턱을 다쳐 모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나머지 8명은 다치지 않았다.
사고 직후 대사관과 영사안전콜센터에 접수된 신고를 토대로 한국인 부상자가 6명으로 알려졌고 이후 9명까지 늘어났으나, 현장 영사의 대면 확인 결과 실제 부상자는 2명으로 정정됐다.
사고는 이날 오전 9시께 수도 마드리드 남쪽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의 마드리드~세비야 고속철도 노선에서 발생했다. 스페인 국영 철도회사 렌페(Renfe)의 고속열차가 선로에 멈춰 있던 민영 철도회사 이리오(Iryo) 열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렌페 열차에는 397명, 이리오 열차에는 147명 등 총 544명이 타고 있었다.
카스티야라만차 지방정부는 사망자가 최소 68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스페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부상자는 8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15명은 중태다. 충돌 충격으로 열차 여러 객차가 탈선해 선로 아래 비탈로 추락했다. 구조대는 심하게 파손된 객차 내부를 수색하고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약 150㎞ 떨어진 톨레도주 우르다와 로스예베네스 사이에서 고속열차 렌페 AVE와 이리오 열차가 충돌한 사고 현장에서 군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AFP)
사고 원인으로는 신호체계 장애 이후 관제센터의 운행 재개 지시가 지목되고 있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컴퓨터 통신 장애로 적색 신호가 발령되면서 해당 구간 열차 운행이 자동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제센터는 선로에 이리오 열차가 정차해 있고 정지 신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렌페 열차의 운행 재개를 허가했다. 렌페 열차는 이후 약 25㎞를 주행하다 정차 중인 열차와 충돌했다. 푸엔테 장관은 이 같은 운행 재개 결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종적인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는 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는 올해 스페인에서 발생한 두 번째 대형 고속철도 참사다. 지난 1월에도 같은 마드리드~안달루시아 노선의 코르도바주 아다무스 인근에서 렌페와 이리오 열차가 충돌해 46명이 숨졌다. 당시 사고 원인은 여전히 조사 중이며 선로 또는 레일 접합부 결함이 주요 가능성으로 검토되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사고 현장 인근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국가 전체가 애도하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그는 한 해에 두 차례나 고속철도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안전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여파로 마드리드와 스페인 남부를 잇는 고속철도 운행은 중단됐다. 스페인 열차 기관사 노조는 철도 안전 문제에 항의하기 위해 예정된 29일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스페인 톨레도 인근 모라와 오르가스 사이에서 발생한 고속열차 2대의 충돌 사고와 관련해 현장 지휘본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