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명령은 AI 기업들이 새 모델을 출시하기 전에 정부와 협력해 안전성 검토를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기관과 전문가들에게 첨단 AI 모델을 조기에 제공해 잠재적 위험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도 마련했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AI 산업에 대해 사실상 규제를 최소화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일부 수정됐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규제를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최첨단 AI 모델의 능력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국가안보와 사이버보안에 미칠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앤트로픽이 조만간 공개할 예정인 차세대 AI 모델 ‘미토스(Mythos)’가 주요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고 이를 악용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백악관 내부에 경고음이 울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해당 모델이 공개되기 전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여 왔으며,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도 미토스가 찾아낼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조기 접근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90일서 30일로 축소…AI 규제 공방 끝 절충안
이번 행정명령은 당초 검토됐던 초안보다 크게 완화된 형태다. FT가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원래 계획은 AI 기업들이 첨단 모델을 공개하기 90일 전에 정부 검토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서명 직전 해당 초안을 철회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인 스티브 배넌은 첨단 AI 모델을 사실상 정부 통제 아래 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전 백악관 AI·가상자산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색스는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규제에 반대했다.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한때 AI 모델도 신약처럼 안전성이 입증된 뒤에만 출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AI 업계와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결국 최종안은 검토 기간을 90일에서 30일로 줄이고, 기업들의 자발적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FT는 이를 두고 “약화된(watered-down) 버전의 행정명령”이라고 평가했다.
“규제 아니다” 강조했지만 감독 강화 신호
행정명령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AI 사이버보안 클리어링하우스(AI Cybersecurity Clearinghouse)’ 설립도 지시했다.
이 기구는 AI 모델이 발견한 보안 취약점을 분석하고 정부와 민간 기업 간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정부는 대형 은행과 금융기관, 주요 산업 분야의 보안 전문가들을 활용해 첨단 AI 모델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첨단 AI 역량은 미국을 더욱 강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정부 부처와 기관 간 협력 대응이 필요한 새로운 국가안보상의 고려 사항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행정명령 추진 과정에서 “이것은 규제가 아니다”라며 “미국은 AI 경쟁을 계속 지배할 것이며, 동시에 보안을 최우선 가치로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 수립에 참여했던 딘 볼 전 백악관 고문은 이번 조치를 “행정부 내 AI 안전파가 거둔 상당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행정명령은 향후 AI 모델 인허가 체제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성격이 분명히 있다”며 “AI 산업에 대한 정부 감독이 점차 강화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