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결혼 질문 하지마세요"…명절이 두려운 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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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기자I 2025.10.03 07:30:00

''취업·결혼'' 반복 질문에 고향길 망설이는 청년들
경제·연애·정치 소재로 한 잔소리에 한숨
Z세대 38% "취업은 언제 하니" 최악의 잔소리 꼽아
듣고싶은 위로는 "고생 많아"·"푹 쉬어"

[이데일리 김윤정 정윤지 기자 김현재 박원주 염정인 수습기자] 최장 10일, 역대급 연휴의 시작에도 청년들의 마음은 가볍지 않다. 직업·연애·결혼·월급 등을 소재로 한 ‘명절 잔소리’ 때문이다. 청년들은 사적인 질문에 더해 정치 현안까지 대화 소재로 오르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연휴를 앞두고 이데일리가 만난 청년들은 갖가지 이유로 명절 친지모임을 걱정하고 있었다. 가장 문제로 꼽히는 것은 경제적 상황을 묻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전모(31)씨는 “시험 준비를 오래 하다가 포기하고 최근에 취업을 했는데 그다지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떳떳하지 못하다”며 “공부하느라 명절마다 못 갔는데 결국 시험도 떨어지고 하다 보면 잔소리는 아니더라도 표정이나 순간적으로 흐르는 정적이 두렵다”고 했다. 그는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인 부산을 찾는 대신 자격증 공부와 하반기 이직 준비를 위해 면접·시험 준비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박모(29)씨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다 장사가 잘되지 않아 3년 전부터 배달 일을 시작했다. 박씨는 “2년 전 추석에 큰집에 갔다가 큰아버지에게 ‘배달 말고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야지’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괜한 잔소리를 들을까봐 이번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않을 계획이다.

연애·결혼 문제도 단골 소재다.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수빈(26)씨는 “만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이 제일 싫다. 있으면 있대로 이야기가 길어지고, 없으면 ‘소개해주겠다’는 말이 따라온다”며 “사생활인데 굳이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천모(28)씨는 “주변에서 결혼 소식이 이어지다 보니 ‘너는 언제 하느냐’는 말이 따라붙는다”며 “4년째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굳이 말하지 않고 숨기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 같은 문제 외에도 최근 청년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주제는 또 있다. 바로 정치 이야기다. 직장인 박원희(25)씨는 “친척들이 정치 성향이 다르고 각자 자기 말만 해서 모임 때마다 감정이 상한다”고 토로했다.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정주미(26)씨는 “오랜만에 보니 근황 얘기를 하고 싶은데 친척들이 모이면 정치 대화만 이어진다”며 “취업 준비 때문에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데 친척들이 하는 정치 얘기를 계속 들어야 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소소한 얘기도 편히 나누기 어렵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윤지(25)씨는 “친척들끼리 모이면 취미 생활조차 편하게 말하기 힘들다”며 “뮤지컬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같은 공연을 여러 번 본다고 했다가 ‘돈을 모아야지 왜 그러느냐’는 잔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아직도 뮤지컬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웃으면서 바쁘다고 대답한다”고 했다.

한편 취업 플랫폼 캐치가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구직자 19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명절에 듣기 싫은 말 1위는 ‘취업은 언제 하니’(38%)였다. 이어 △‘살이 좀 쪘다’(16%) △‘누구는 벌써 취업했다더라’(14%) △‘졸업은 언제 하니’(9%) △‘그 전공은 취업 잘되니’(8%) △‘눈을 좀 낮추는 게 어때’(8%) △‘공무원 준비해 보지 그래’(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구직자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취업 준비로 고생이 많아’(22%)였다. △‘너의 선택을 존중해’(16%) △‘연휴에는 푹 쉬어’(15%) △‘여유 가지고 천천히 준비해’(12%) 등도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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