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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엽지만 우리동넨 NO”…갈 곳없는 유기견보호소[댕냥구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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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애 기자I 2025.09.20 09:00:35

[민간동물보호소 양성화의 역설]②
보호소, 주거지 피하고 임대료 저렴한 곳 찾다 보니
개발제한구역, 가축사육제한구역 등 불법 부지 대부분
동물보호소 140곳 중 102곳, 불법 부지·건축물 쟁점
정부 대신 동물자유연대 나서서 각 1억원 지원하기도
"인식 개선으로 국토부-환경부-산림청 등 협조 ...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개발제한구역에 견사가 지어졌다는 이유로 지난해 남동구청으로부터 2500만원 벌금을 부과받았던 인천의 민간유기동물보호소 ‘산수의 천사들’은 최근 새로운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이전한 곳의 상황도 녹록치는 않습니다.

인천 남동구 민간유기동물보호소 산수의천사들 외부에서 산책 중인 개의 모습(사진=박지애 기자)
당장 내년 3월부터 확대 시행되는 ‘민간동물보호소 신고제’로 새로 이전한 곳에서도 건축물 법규 준수, 위생·안전·보건 설비, 규모에 맞는 상주 인력배치 등 까다로운 기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신고제 시행으로 전국 1만 6000여 마리의 유기동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신고제 취지는 사각지대에 놓인 민간동물보호소를 제도권에 편입시켜 동물 복지를 높이고자 하는 취지지만, 현실적으로 기준을 모두 맞출수 있는 곳은 드뭅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보호소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은 해주지 않으면서 기준만 상향시키다보니 문 닫을 처지에 놓인 곳이 전국에 수두룩입니다.

◇정부도 지자체도 속수무책…결국 시민들 힘으로 지원

16일 서울 성동구 동물자유연대 교육장에서 열린 2025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편입지원 사업 업무협약식에서 조희경 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보호소장, 활동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동물자유연대)
이런 가운데 정부도 지자체도 나서지 못한 일을 시민단체(NGO)가 직접 나서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25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편입지원 사업’을 통해 민간동물보호소 신고제로 어려움에 처한 민간동물보호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동자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총 2곳의 민간동물보호소(천안의 동물보호연대, 인천의 산수의 천사들)에 각각 1억원씩 총 2억원을 지원했습니다. 동자연는 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동물자유연대 교육장에서 협약식을 열고 이 두 보호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지원금은 유기동물 보호·복지를 위한 바닥공사, 냉난방, 급수·급이, 차광막, 환기, 조명시설 등 시설 신축 및 보수에 필요한 건축비용 전반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조희경 동자연 대표는 “우리가 설립 초기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지금의 온센터(동자연 동물보호소)를 만들기까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먼저 성장한 단체로서 후발 단체들을 돕게 돼 감사하다”며 “이번 지원사업은 단체별 활동의 기반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해 온 단체 간의 연대를 촉진해 전국적인 동물권 네트워크 형성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땅 문제’…10곳 중 8곳 여전히 ‘막막’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에는 제주도의 제제프렌즈라는 제주도의 민간 유기동물보호소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제제프렌즈 역시 산수의 천사들이나 동물보호연대와 같이 ‘부지’가 마땅치 않아 곤란을 겪는 곳이었습니다. 보호소를 운영할 땅을 찾는 일부터 마땅치 않자 동물자유연대는 1억원의 지원금과 함께 합법적으로 운영 가능한 부지도 경매로 매수해 무상으로 임대해주는 지원을 병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나마 지원을 받는 곳들은 유기동물 보호를 지속할 수 있다몀 희망이 생기지만 대부분의 보호소들은 2026년 신고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앞길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입양이 안 되는 큰 개와 병든 개, 장애견들 위주로 보호하는 경기도 이천시의 유기견 숲도 같은 상황입니다. 이곳 역시 ‘부지’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박준성 유기견숲 소장은 “유기견숲은 상수도사업본부 근처라 환경보전구역으로 돼 있는데, 이 부분을 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지자체 공무원과 소통 중이지만, 불법적인 부분을 완화 시킬 방법은 없어 보여 막막하다”며 “모금을 열어 이전을 준비한다고 해도 합법적인 장소를 찾는 것부터가 가당치 않은 상황으로 정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길 기대하는 중”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유기견 숲 대형 견사 모습. 박소장은 대형견들이 뛰어놀 수 있는 야외를 제공하고 실내 견사를 직접 지었다고 한다. (사진=박지애 기자)
이어 박 소장은 “신고제 취지와 세부 내용은 정말 좋은 정책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이 가능해야 기준을 맞춰가며 정책이 효과가 나오는데, 대부분의 유기견 보호소는 부지가 외진 곳에 있고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행 불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은 유예하고 신고제의 본질인 ‘관리 유기견 신상에 대한 신고 의무’부터 시행했으면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습니다.

◇실행 불가능한 이상한 법…인식 개선으로 바꿔야

앞서 댕냥구조대에서 다룬 농지 내 유기동물보호소 운영 금지 이슈 역시 부지와 관련한 문제입니다.

농림부에 따르면 전국 140여개의 민간동물보호소 중 102개의 민간동물보호소가 농지, 개발제한구역, 환경보전구역, 가축사육구역 등 부지와 건축물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10곳 중 8곳은 불법 혹은 불법소지가 있는 땅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불법 부지에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수 많은 지자체 공무원들과 농림부 관계자는 “주거지와 인접하면 소음과 냄새로 당연히 민원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결사 반대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들도 쉽게 부지를 찾을 수가 없다”며 “때문에 인적이 드물고 운영을 위해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다 보면 대부분이 어떤 문제 등 하나에는 걸려서 법적 쟁점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고 문제를 인지는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법에서는 주거지와 근접한 근린2종 건물에 유기동물보호소를 지어야 합법이라고 인정합니다.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입니다.

실행 불가능한 법을 만들고 지키라고 하는 상황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그러면서 말이 안 되는 법을 바꾸기 위해선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유기동물보호소가 불법 부지에 있을 경우 민원이 엄청 많이 들어온다. 10개 중 1개는 불법 건축물, 부지여도 허용해줘야 한다는 민원이 있는가 하면 9개는 불법이니까 싹 다 치우라는 민원이다”며 “이 문제는 환경부, 국토부, 산림청 등 여러 부처들이 소관하는 만큼 협력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법과 제도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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