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올해 ‘밸류업’ 정책 기대감을 한몸에 받은 은행주가 코스피의 역주행 속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는 가운데, 반도체주나 2차전지주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은행주는 ‘트럼프 트레이드’와 상관없이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KRX 은행’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85포인트(2.68%) 오른 912.92에 거래를 마쳤다. KRX 은행지수는 KB금융(105560), 신한지주(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 기업은행(024110), 카카오뱅크(323410) 등 주요 은행주 10개 종목을 포함한 지수다.
특히 KRX 은행 지수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2.24% 오르며 코스피의 등락률(-3.67%)보다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개별 종목으로 봐도 오름세는 두드러진다. KB금융(105560)은 6일 이후 이날까지 5.05% 올라 9만 5600원을 가리켰고 신한지주(055550)와 하나금융지주(086790)도 각각 2.77% 0.66%씩 올랐다. 우리금융지주(316140)도 4.79% 상승했다. 반도체나 철강, 2차전지 등은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와 친환경 정책 폐기 우려 속에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은행은 대다수의 수익이 내수에서 나와 트럼프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제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KRX반도체와 KRX철강은 각각 12.62%, 14.30%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까지 ‘레드스윕’에 대한 공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트럼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은행주의 매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부 인선 기조가 확정될 때까지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이 가운데 금리 인하 국면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은행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도 4분기 들어 밸류업 공시를 발표했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12월 6일까지 기업가치 제고계획 본 공시를 올린 기업을 대상으로 ‘코리아 밸류업지수’ 구성 종목 특별 리밸런싱을 진행할 예정이다. 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민간기관이 함꼐 조성한 2000억원의 펀드가 21일부터 집행되고, 추가로 3000억원 조성을 준비 중인 만큼 아직 밸류업 구성 종목에 포함되지 못한 KB금융이나 하나금융지주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밸류업이 후퇴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데다 최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4배까지 하락한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물론, 단기적인 관점에서도 은행주 비중을 줄여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