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대폭 확대하는데…IT인프라 지원사업 중 10%만 활용

한광범 기자I 2024.11.07 05:00:00

ODA 정보화산업 19건 중 17건이 제대로 활용 안돼
인프라 구축했는데 현지국가 법 개정안돼 못쓰기도
감사원, 사업전 협의의사록 체결권고도 잘 안지켜져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 발맞춰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규모가 대폭 확대되고 있지만, 정보화 지원사업 중 협력국 법·시스템과 맞지 않아 활용되지 않은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종료된 19개 ODA 정보화사업 중 협력국에서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7건의 정보화사업들은 △현지 법 제정 미비로 시스템 활용 불가 △구축된 시스템 활용 없이 기존 시스템 사용 △구축 시스템 중 일부만 사용 △기능 미달·오류나 현지에 맞지 않은 시스템 구축 등을 이유로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일례로 400만 달러가 지원된 몽골 헌법재판소 정보화시스템 구축사업(2017~2019년)의 경우 실제 시스템 구축이 이뤄졌음에도 몽골에서 관련 법령 제정이 국회 계류중으로 구축한 온라인 재판 청구서비스가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몽골 현행법은 헌법재판 처리의 전 과정을 구성원의 ‘대면참석’을 통해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시스템 활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울러 800만 달러가 지원된 캄보디아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사업(2015~2021년)의 경우, 사전에 캄보디아 중앙은행이 유사시스템을 구축중임을 인지했음에도 예비조사에서 유사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해 활용률이 매우 저조하다.

더욱이 캄보디아 중앙은행은 국민 대부분은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전화번호를 활용하는 방식의 이체시스템 구축을 요청했지만, 코이카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계좌개설을 의무화하고 수수료를 부과하는 실시간 자금이체시스템(RFT)을 당초 계획대로 구축했다.

코이카의 자체 평가도 부실했다. 몽골 헌재 정보화시스템 구축사업의 경우, 현행 몽골법상 시스템 활용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성과지표에 대해 코이카는 ‘측정 중’이라는 답변을 권 의원 측에 보냈다.

캄보디아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사업의 경우 RFT 이용 연간 은행 간 자금 이체 건수는 지난해 8월 기준 당초 예상 목표치에 0.004% 기여하는데 그쳤으나, 코이카는 자체 성과평가를 왜곡했다는 것이 권 의원의 설명이다. 권 의원은 “(자체 성과가) 사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현지 파트너 기관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코이카는 프로젝트형 ODA 사업을 통해 협력국가의 협력을 통해 빠르게 ODA를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목적 및 기간, 대상분야, 공여국 측 지원사항, 협력대상국의 부담사항 등 협력 내용에 대해 합의한 사항을 모아서 정리하고 서명한 협의의사록(RD)체결이 지연되는 일이 빈번했다.

앞서 감사원도 지난해 8월 협의의사록 체결 전 집행하는 ODA사업비가 매몰비용이 될 수 있다며 협의의사록 서명 상대방에 예산 편성권한이 있는 자를 포함해 협력국의 사업 운영유지 책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2024년 신규 ODA 사업 72건 중 협의의사록이 체결된 것은 17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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