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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21일 “지난 19일 UBS는 시가총액 약 80억달러에 해당하는 CS를 약 32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며 “인수 조건으로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대 1000억프랑의 유동성을 UBS에 제공하고 정부는 CS의 잠재적 손실에 대해 최대 90억프랑의 보증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런 긴급 조치에 위급 상황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CS가 UBS에 인수되면서 CS의 170억달러 신종자본증권(AT1)에 대한 완전 상각이 결정된 데 있었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지적이다. AT1은 특정 상황 발생 시 투자자 동의 없이 자동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돼 은행의 자본을 늘려주도록 고안됐다.
이 연구원은 “AT1의 도입과 발행 취지를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관례상 채권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주주들보다 우선돼 왔는데 이번에는 주주 가치를 일부 보전했음에도 채권 가치를 우선 소멸시키고 있어 채권 투자자들에겐 커다란 충격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상각된 AT1 규모는 지난 2017년 스페인 포플라 은행의 AT1 상각 규모 대비 10배 이상이다. 이 연구원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특성에 따라 헤지펀드와 자산 운용사들이 CS AT1을 대량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CS AT1 사태가 전세계 AT1 시장으로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이 연구원은 봤다. 그는 “2750억달러에 육박하는 글로벌 AT1 채권이 위협받으면 AT1의 대량 투매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슈가 불거진 이상 향후 신종자본증권의 고유 리스크인 상각 가능 조건에 대한 충분한 비용이 요구될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타격은 신종자본증권 같은 위험 채권에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하이일드 채권 시장이 위험하다”며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투자 위축 시 고위험군 회사에 대한 투자는 더욱 빠르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스프레드 확대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에 기업들이 신용 경색을 겪고 최악은 도미노 부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다행스러운 점은 신종자본증권과는 달라 이벤트 발생에 따른 소멸 가능성이 제한적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높은 이자를 찾아 하이일드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중소형 은행에 대한 예금런 우려가 있다고 했다. 대형 은행 중심의 금융업 구도 재편으로 중소 은행의 비즈니스 환경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은행보다 신용이 낮은 VC 업종 회사채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VC의 대출과 투자가 위축되면서 레버리지론 시장에도 경색이 찾아올 것으로 봤다.
이 연구원은 “당분간 글로벌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말 새 정부 당국과 중앙은행이 빠르게 UBS의 CS 인수를 주도하며 급한 불을 끄는 과정에 발행한 AT1 상각 사태에 회사채 시장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코본드, 하이일드, 레버리지론 등 위험군 자산에 대한 투자 위축이 예상되는 반면 이번 노이즈가 가시면서 재무 건전도가 우량한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