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총리 “우리 원전에 미국 웨스팅하우스 기술 사용할 것”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강력한 폴란드-미국 동맹은 우리 계획의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의 회담 후 우리 원전 프로젝트에 믿음직하고 안전한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사용하기로 확정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발해 경제 제재에 나선 독일 등 서방국으로 가는 천연가스관을 최근 끊어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불러일으킨 것을 비판한 것이다.
폴란드 정부가 신규 원전 1차 사업자로 미국 기업을 낙점한 것 역시 현 정세를 포함한 정치적 이해관계의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원전 1차 사업자 선정 땐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한국 한수원과 프랑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고려됐으나 결국 미국으로 낙점됐다. 폴란드 역시 러시아와 접해 있어 안보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확고히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폴란드 정부는 이번 공식 발표에 앞서 이미 웨스팅하우스 선정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는 최근 미국에서 그랜홈 장관을 만나 “폴란드의 전체 안보에서 미국은 무시할 수 없는 전략적 파트너”라며 “이를 고려하면 최종적으론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었다.
이곳 사업 수주에 공 들여온 한국 정부와 한수원으로선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한국 정부는 폴란드가 최근 한국의 방위산업 물자를 잇따라 도입하며 방산-원전 패키지 수출 기대감을 높여온 바 있다.
폴란드 신규 원전 사업은 현재 중국·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원전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다. 윤석열 정부는 올 5월 출범과 함께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주를 통한 원전 최강대국 건설을 목표로 내건 바 있다.
이번 결과가 한국 기업의 폴란드 원전 사업 참여 기회를 아예 막았다고 단언할 순 없다. 한국 기업이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기자재 공급 등 2차 사업을 수주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 등은 지난 8월 러시아 로사톰의 자회사 ASE로부터 약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 건설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더욱이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 5월 정상회담 때 원전 공동 수출 협력 협약을 한 바 있다.
다만, 이번 결과가 체코나 사우디 아라비아, 영국 등 신규 원전 건설 추진 국가의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체코는 원전 1~4기 추가 건설 계획 아래 1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 중인데 역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전, 프랑스 EDF가 경합 중이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폴란드 원전 수주 결과발표를 앞둔 이달 21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한수원과 한국전력(015760)(한전)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걸기도 했다. 최신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이 자사 기술 기반인 만큼 이들이 원전을 수출하려면 자사와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전 등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할 당시에도 이를 문제 삼았고, 한전 등은 웨스팅하우스에 기술자문료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측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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