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구글이 자율주행 차로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주행 시범을 보일 때만 해도 자율주행 시대가 멀지 않은 것 같았다. 라이다를 장착한 구글의 프로토타입 자동차는 안전을 위해 탑승한 인간의 도움 없이 차선을 바꾸고 고속도로를 달려 목적지에 도달했다. 전문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이제 곧 닥칠 자율주행 시대가 가져올 실업문제, 도시 재개발, 생산성의 증가를 예언했다.
하지만 10년 동안 자율주행 차량으로 실제 도로를 주행하면서 자율주행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센서의 한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차량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다, 초음파 센서 등 수많은 센서가 달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봇대의 그림자와 차도로 뛰어드는 사람을 구별하지 못할 때가 있다. 흰 색으로 칠한 콘테이너를 하늘로 착각하고 사고를 낸 경우도 있다. 센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부분의 자율주행 회사들이 도입한 기술이 고정밀 지도이다. 우리가 내비게이션에서 보는 정도의 지도가 아니라 도로 주변의 집, 나무, 신호등, 쓰레기통까지 모두 자세히 보이는 고정밀 지도를 센서와 병행해서 사용함으로써 센서가 착각할 가능성을 줄이고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도로 주변의 지형지물이 수시로 변하는 데 있다. 도로공사를 하기도 하고 어제까지 없던 차량이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고정밀 지도는 수시로 업데이트해줘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자율주행은 고정밀 지도의 준비와 업데이트가 가능한 교외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고정밀 지도가 없는 곳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을 쓸 수 없다. 자율주행이 일반 대중에게 확산되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런데 10월 말 테슬라가 자율주행 2.0 베타버전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2.0은 미리 제작된 고정밀 지도를 사용하지 않는다. 자동차에 달려있는 센서만으로 실시간으로 고정밀 지도를 스스로 만들어내면서 자율주행을 한다. 기존 센서의 한계를 개선된 인공지능으로 극복한 것이다. 그래서 베타버전을 다운로드한 테슬라 소유주들이 고정밀 지도의 제한을 받지 않고 미국 내 각 지역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유튜브에 업로드한 테스트 드라이브 동영상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물론 아직 문제점이 발견되고 사람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경우도 가끔 보이지만 분명한 것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프로그램은 지금까지의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일반 대중에게 확산 가능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2.0을 보면 이제는 정말 자율주행 세상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율주행이 가져다줄 편리함에 대한 기대와 아울러 전문가들이 이미 예언한 실업 문제와 도시 재개발 문제를 이제 서둘러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