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추석 연휴 전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연휴 후 본격적인 임단협에 나선다. 신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돌파구로 해외 판매를 모색하는 두 업체가 노사갈등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노사는 추석 전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해 연휴 이후 협상을 이어나간다. 이들은 연휴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벌여왔지만, 기본급 인상과 ‘공장 미래 활성화 방안’ 등을 놓고 견해차가 커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지엠·르노삼성 “해외 판매로 코로나 위기 극복”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해외 판매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내수에서 큰 성장을 보였다. 두 업체는 상반기 내수 4만 1092대, 5만 524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4%와 51.3%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7월 개소세 인하 혜택 폭이 축소하자 내수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7~8월 내수 1만 2886대, 1만 2405대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와 29.6%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판매를 지탱해온 내수가 개소세 인하 혜택 폭이 줄자 힘이 빠진 모양새다.
이에 따라 두 업체는 해외 판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 먼저 한국지엠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줄자 해외 판매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 해외 판매 12만 4946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36.1% 감소했지만, 7~8월은 4만 9493대로 전년 대비 12.7% 늘어 성장세로 돌아섰다. 무엇보다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유일하게 해외 판매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지엠 사측은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랙스’ 모델 생산량을 시간당 28대에서 32대 늘려 판매의 고삐를 죄기 위해 노조와 협상 중이다.
르노삼성차도 닛산 ‘로그’ 모델 생산 종료 이후 급격히 빠진 해외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XM3’ 유럽 수출을 최근 르노 본사로부터 확정받았다. 지난 7월부터 르노그룹을 새롭게 책임지고 있는 루카 데 메오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한 후 유럽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모델이라 유럽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판매 성공 열쇠 쥔 ‘노조’…파업 카드 꺼내나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가 해외 판매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천명했지만, 노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 두 회사 모두 본사에서 ‘노사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한 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을 얻어내 언제든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한 상태다. 노사는 현재 기본급 인상과 함께 부평2공장 신차 배정 문제를 두고 팽팽한 의견차를 보인다. 사측은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본사 공장마저 셧다운한 상황에서 신차 배정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는 부평2공장의 신차를 배정하지 않는 것은 곧 ‘구조조정의 준비작업’이라고 보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 노조는 오는 14일까지 사측과 협상을 벌인 뒤 추가 제시안이 없으면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르노삼성차 역시 노사 갈등의 골이 깊다. 노조 측이 꺼내 든 ‘민노총 가입’ 카드는 조합원들에 의해 부결됐지만, 기본급 인상을 두고 노사 간 이견차가 크다. 이에 따라 노조 집행부가 올해 임단협 협상 결렬 카드를 꺼내 들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분분하다.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본사에서도 XM3 유럽 수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처음 예상과 달리 르노 본사는 XM3의 유럽 수출의 형태를 물량 배정이 아닌 계약 건수에 따라 생산한 뒤 수출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유럽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것도 있지만, 본사가 다시금 불거지는 르노삼성차의 노사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 역시 XM3 유럽 수출 확정 발표날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문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해외 판매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노사 갈등으로 인해 어렵게 얻은 해외 판매 기회를 놓치기보다는 지금은 협력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