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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업체는 이제 단순한 게임 개발사를 넘어 자신들이 보유한 게임 IP(지식재산권)에 AI(인공지능), 전자상거래, 웹툰, 영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접점을 넓혀, 여러 IP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R&D 비용보다 커진 비게임 투자
13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올 하반기부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상장기업들에 1조 8450억원 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에 투자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넥슨이 최근에 신규 투자 계획 비용으로 밝힌 금액과 비공개로 진행 중인 업계 건을 더하면 국내 게임업계의 비게임 부문 투자 규모는 연내 누적 7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데일리가 2013년부터 현재까지 게임업계에서 진행된 비(非)게임 부문 투자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넥슨, 엔씨, 넷마블, 펄어비스(263750), 스마일게이트, NHN(035420) 등 6개 게임사의 누적 비게임 투자액은 현재까지 약 5조 150억원에 달한다.
게임 개발을 위한 국내 게임업계 전체 연구·개발(R&D) 비용이 연간 9000억원(2018년 기준) 수준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 외 사업에 대한 국내 게임업체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게임사들의 비게임 부문 투자는 지난 2013년부터 본격화했다. 2013년 12월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이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를 약 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넥슨은 △2013년 브릭링크(2019년 매각, 비공개) △2013년 스토케 약 5000억원 △2017년 아그라스델릭 759억원 △2017년 코빗 912억원 △2017년 타고미(비공개) △2018년 비트스탬프 4556억원 △2019년 무스패션 642억원 △2020년 NIS인드라 펀드 1140억원 등 총 1조 5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로 집행했다.
넷마블도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지난 2015년부터 최근 5년여간 8개의 비게임 부문 회사 인수에 2조 250억원을 썼다. 렌탈(임대) 가전업계 1위인 코웨이(021240)를 인수하는 데 1조 7401억원을 쏟아부은 것이 가장 크다. 이 밖에도 글로벌 아이돌 그룹 BTS(방탄소년단)가 속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2014억원을 비롯해 카카오뱅크(금융) 720억원, 에이아이스페라(AI) 30억원, 패션인테크(플랫폼) 68억원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를 했다.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빅히트의 기업가치가 최소 2조원에서 최대 5조원까지 인정받는 점을 감안하면, 넷마블은 2년 만에 최소 두 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메리츠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코웨이 인수에 따른 지분법 이익도 올해 837억원이 예상되며, 지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69.3% 증가한 2641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씨는 ‘3N’으로 묶이는 국내 3대 게임사 가운데 가장 적은 규모로 투자를 해왔다. 총 투자액은 상대적으로 적은 약 900억원 규모다. 하지만 레진엔터테인먼트(웹툰), 재담미디어(만화 기획·제작), KG이니시스(전자결제, 현재 처분), UVIFY(드론), 스캐터랩(AI·NLP),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VFX), 문피아(웹소설), 메리크리스마스(영화 투자배급)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및 유망기업에 투자하면서 IP 확장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중견 게임사들도 외연 확장에 가속
대형 3사를 제외한 게임사들 가운데 스마일게이트와 NHN이 가장 활발히 비게임 회사를 인수·투자한 곳으로 꼽힌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11년 MVP창투를 인수해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를 출범한 뒤 다양한 분야로 투자 영역을 넓혀왔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전자상거래업체 카페24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동구바이오제약·디앤디파마텍·뷰노·수젠텍 등 바이오헬스 분야 16곳 △신상마켓·마이리얼트립·마이티웍스·미팩토리 등 ICT 분야 16곳 △뉴로스·다노·비전랜드 등 환경 분야 16곳 등 게임사 중에선 가장 최대 규모의 벤처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총 운용자산은 9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게임을 모태사업으로 출발한 NHN 역시 다년간 비게임 투자를 추진해왔다. 미국 패션 B2B(기업간거래) 업체 비쓰리스타즈(Bee3Stars)를 시작으로 고도소프트(IT솔루션) 148억원, 피앤피시큐어(보안) 420억원, NHN벅스(음원유통) 1060억원, 티켓몬스터(전자상거래) 675억원, 다이퀘스트(IT솔루션) 334억원, KST모빌리티(모빌리티) 50억원 등 매년 꾸준히 외부 투자를 거듭해 총 4700억원을 사용했다. 그 결과 비게임 부문 매출은 현재 게임 매출 비중을 크게 앞질러 70% 이상을 차지한다. ‘검은사막’을 통해 지난 2017년 코스닥에 상장한 펄어비스도 펄어비스캐피탈을 설립해 2018년부터 코드잇(코딩 스타트업), ATU 파트너스(e스포츠 그로쓰 1호), Hyprsense(얼굴 인식 VR 앱) 등에 총 300억원의 외부 투자를 시작하면서 비게임 부문 투자를 서서히 본격화하는 중이다.
다만 게임사의 외연 확장에 있어 ‘본질’을 벗어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해기 엔씨 투자팀장은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라는) 본질의 사업에서 벗어나 전혀 연관성이 없거나 적은 산업에 진입할 때는 많은 리서치와 스터디가 필요하다”면서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투자할 경우 상대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