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라임 후폭풍‥"은행 상품판매 여부 결정, 외부 전문가 거쳐라"

이승현 기자I 2020.01.15 05:58:00

금감원, ''상품선정시 외부전문가 참여안'' 논의
"소비자 보호"…외부인 참여로 내부통제 실효성 기대
"당국지침 거절 어려워" 은행 도입 확산될듯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은행의 상품 판매 결정 여부를 은행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 사태 등 은행들이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상품선정과 판매 등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상품의 판매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있다. 앞으로 외부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치는 절차가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은행 내부 의사결정에 외부 전문가 참여 추진

14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 ‘은행권 상품판매 내부통제 기준 TF’는 지난주 제1금융권 은행들과 모임을 갖고, 상품선정 때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TF는 금감원이 지난해 12월 발표된 ‘DLF 제도개선 종합대책’과는 별도로 은행권에는 더욱 엄격한 상품판매 기준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꾸린 조직이다.

현재 KEB하나은행은 신상품 출시 때 상품기획부서와 별도로 내·외부의 독립된 시장 전문가의 사전검토 의견을 받는 절차를 마련한 상태다. 내·외부 상품전문가로 구성된 사전협의체에서 상품 리스크 의견 수렴 절차도 강화했다.

고위험 투자상품을 판매할 때는 외부 전문가가 판매 이후 다시한번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는 외부 사후검증 절차도 도입했다. 내부적으로 상품 판매를 결정했어도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추가로 듣고, 그 결과에 따라 상품판매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이중 검증 절차’를 둔 셈이다.

우리은행도 DLF 사태 개선대책 일환으로 상품선정 과정의 외부 전문가 참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상품위원회’는 의장인 WM그룹장·개인그룹장·중소기업그룹장·디지털금융그룹장·리스크관리그룹장·소비자브랜드그룹장 등 6명의 자산관리 상품위원과 우리금융연구소 관계자·외부 자문위원 2명·사내 변호사 등 4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된다. 총 10명의 위원 가운데 2명이 외부 전문가다. 상품위원회는 특정 상품을 심의해 소비자에게 판매할 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

금감원은 상품선정 과정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은행 내부 의사결정에 외부인이 참여해 기존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 역시 전문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상품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킨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DLF와 라임 사태 등의 문제가 불거진 배경에는 은행의 내부통제 절차가 충분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보고 있다. DLF 분쟁조정위원회는 은행 본점의 지나친 영업 드라이브와 내부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고 판단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은행이 실행 중인 방안에 대해 다른 은행들에 실효성 등 전반적인 의견을 물었다”며 도입을 강제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또 상품판매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협의했다. 외부통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다수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부담스럽다” 의견 불구..외부전문가 절차 도입 잇따를듯

하지만 은행권에선 금감원이 TF를 통해 외부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이행지침을 내려준 것으로 인식한다. 외부 전문가 참여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외부전문가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금융당국의 방침을 따르지 않기는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은행권은 DLF 사태 이후 나빠진 여론을 고려해 상품선정 및 판매 관리강화, 사후관리 강화, 사내 리스크위원회 강화 등 대체로 내부 통제절차 강화에 초점을 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면 상품 선정이나 판매 결정 과정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객관성이 담보되는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은행의 경영방향과 핵심 판매전략이 외부 인사의 손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의 우려사항 등을 감안해 계속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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