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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대디 김용성 교수]지금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류성 기자I 2019.05.05 10:06:07

홈스쿨대디 김용성 교수(6회)

[홈스쿨대디 김용성 교수] 얼마전 모 기업 30대 직원들을 모시고 ‘비판적 사고’라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과제 수행 전에 관련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핵심을 찾아내어 과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이었습니다.

수업 시작과 함께 간단한 질
홈스쿨대디 김용성 교수
문지를 주고 풀어보게 했지요. 놀랍게도 한글로 된 질문을 읽고도 답을 못찾는 사람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중 한 문제를 소개하니 여러분도 풀어보세요.

다음의 세 가지 행동을 모두 포함하는 정의로 가장 알맞은 것을 보기 중에 고르시오.

A. 슬퍼하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하여 꾸며낸 말을 하는 것

B.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기 위하여 경찰에게 다른 사람이 했다고 말하는 것

C. 가게에서 받아야 할 것보다 더 많은 거스름돈을 받았지만 주인에게 말하지 않은 것

[보기]

1. 상대방에게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행동

2.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상대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행동

3. 상대의 이익을 위하여 상대에게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행동

4. 누군가의 이익을 위하여 상대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행동

5. 누군가의 이익을 위하여 상대에게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행동

답을 찾으셨나요? 보기를 하나씩 살펴보지요.

1과 5는 답이 아닙니다. C는 말이 없는 행동이니까요.

2는 A와 충돌합니다. A는 친구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니까요.

3는 C와 충돌합니다. C는 나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니까요.

그래서 답은 4입니다.

이 쉬운 문제를 풀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한글 문장을 읽고 대략의 의미를 파악하지만, 상세한 내용까지 검증하는 비판적 사고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10대 청소년들만 이런 줄 알았는데, 30대 직장인도 그렇더군요. 저도 놀랐지만 문제를 풀지 못한 당사자들도 놀랐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제가 수강생들에게 지난 해 책을 몇 권 읽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수강생 대부분이 지난 해 책을 여섯 권도 읽지 않았더군요. 매일 두 시간 가까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책은 한 권도 읽지 않는다니, 문해력이 부족한 게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조언을 드렸지요. 홀수 달에 책을 사서 짝수 달까지 두 번 읽으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일년에 최소한 책 여섯 권은 읽으라고요.

혹시 여러분의 자녀가 위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상황은 심각합니다. 당장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손에 책을 쥐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부모부터 스마트폰 대신 책을 들어야 하지요. 우리가 책을 읽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우리의 뇌는 눈과 귀로 들어오는 정보에 반응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글자를 읽고 그 의미를 파악하려 안간힘을 쓸 겁니다. 그 과정에서 집중력이 자라고 문해력이 성장하지요.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뇌는 평생토록 그 구조가 변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을 읽는 뇌로 변한다는 말이지요. 이런 의식적 노력의 결과로 회계사의 뇌는 숫자를 처리하는 데 탁월해집니니다. 음악가의 뇌는 악보만 보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번역가의 뇌는 외국어로 된 질문을 읽으면서 모국어로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뇌 구조가 다듬어져서 특정 기능을 쉽게 수행하는 거지요.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무엇이 뇌구조를 결정할까요? 부모가 물려운 유전자일까요, 아니면 값비싼 영양제일까요? 아닙니다. 매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일상의 정보가 뇌구조를 바꿉니다.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요.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진실이기도 합니다. 하루에 1시간 이상 웹툰과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보는 뇌는 점점 고급 정보를 소화하지 못하는 뇌로 변한다는 것도 의미하니까요.

오늘 마음의 결정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스마트폰을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책을 읽으시겠습니까? 결정을 하신 후에 자녀와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아들아, 나는 결정했다. 너는 어떻게 결정하겠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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