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넘어 기억으로]"세월호 기억공간, 시대흐름 맞춰 의미 부여"

손의연 기자I 2019.04.16 06:12:00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천막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마련되었다.(사진=조해영 기자)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전국 곳곳에 세월호 기억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역 주민의 반대 여론과 야당 의원들의 반대 등을 이겨내고 속속 조성되고 있지만 앞으로 세월호 기억공간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월호 기억 공간은 △서울 광화문 세월호 추모기억 전시공간 △인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안산 4.16생명안전공원(예정)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기억 공간은 사건이 발생한 곳에 조성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경우 바다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전국에 시민 주도 아래 기억 공간이 산발적으로 생긴 것이 특징이다.

이는 기억 공간이 전국 곳곳에 생길 수 있던 이유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위기를 가져오기도 했다. 서울 광화문 세월호 추모기억 전시공간의 경우 서울시가 세월호 기억 공간을 만드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인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도 마찬가지로 일부 지역 주민의 극심한 반대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제일 많은 희생자를 낸 지역인 안산에서도 4.16생명안전공원을 만드는 것을 두고 일부 지역 주민의 반대와 야당 시의원들의 반대가 있었다.

세월호 기억공간을 연구해온 신혜란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 같은 경우 제주 4·3사건이나 대구지하철참사사건과 비교해 기억 공간을 마련할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빠르게 이뤄진 편”이라며 “세월호 기억 공간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지만 각 주체가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억 공간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부담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나 시민들의 후원금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 주도로 만들어진 기억 공간 운영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전문가 등 이해관계가 다른 여럿이 참여하며 갈등 발생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크투어리즘으로서 기억 공간이 다른 관광 명소와 경쟁해야 하는 것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억 공간이 지속 가능하려면 시대 변화에 따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 교수는 “시대 흐름에 맞춰 계속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생명력이 필요하다”며 “학생을 상대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등 기술적인 면도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는 전쟁 등으로 인해 소중한 자료를 부수고 잃었던 경험이 있는데 세월호 기억공간 진행을 봤을 때 한국 사회가 많이 성숙한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전국적으로 기억이 공유되길 바란다고 했을 때 각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만큼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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