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넘어 기업시장 공략…삼성 '기어VR' 5G 선점 나서

이재운 기자I 2019.03.05 06:00:41

임직원 안전·보안·직무교육 활용
빠른 학습효과로 기업관심 높아져
겔S10 등 판매확대 부가효과 기대
사내벤처·스타트업과 협업 강화
콘텐츠 늘리고 본격 마케팅 착수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가상현실(VR) 헤드셋 제품군의 기업 시장(B2B) 공략을 본격 추진한다. 게임이나 영상 등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예술 영역은 물론 기업체 교육, 제품·서비스 체험 등으로 영역을 넓힌다.

4일 삼성전자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VR 헤드셋에 대해서는 갤럭시 대신 ‘기어’ 브랜드를 계속 유지하면서 스타트업 등 여러 외부 조직과 협업해 B2B 영역 진출 확대를 꾀한다.

◇6년간 키워온 VR, 5G 타고 대세로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 등 다른 웨어러블 기기에 사용하던 서브 브랜드 ‘기어’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부 갤럭시로 다시 통폐합했지만, VR헤드셋 만큼은 갤럭시 이름을 붙이지 않고 별도 카테고리로 키워나가고 있다.

기어VR의 탄생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을 찾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오전 청와대 방문에 이어 같은 날 정오쯤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10시간 가량에 걸친 면담을 진행한다. 이듬해에도 역시 서울에 온 저커버그는 역시 이 부회장, 신종균 당시 IM부문장(현 부회장) 등과 오랜 시간 사업 협력에 대해 논의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기어VR 헤드셋이다.

페이스북은 VR 헤드셋 제조사인 오큘러스와 협업을 이어오다 2014년 아예 이 회사를 인수했는데, 이어 기술제휴를 통해 삼성 브랜드의 기어VR이 등장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최신 제품을 이용한 VR 콘텐츠를 선보이며 VR 열풍 몰이에 나섰고, 초기 주로 이를 이끈 원동력은 게임과 영상 체험 등 엔터테인먼트 수단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를 알리기 위해 웹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윈도 기반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을 지원하는 프리미엄 헤드셋 디스플레이 기기, HMD 오디세이 플러스를 출시했다. VR과 증강현실(AR)을 혼합한 형태로, 실제 환경과 헤드셋 디스플레이에 띄워진 디지털 화면이 실시간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올해, VR은 대세로 자리잡았다. MWC 현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거의 대부분의 업체가 VR 체험관을 꾸렸다. 빠른 속도에 지연 현상을 최소화한 ‘5G’(5세대) 이동통신으로 저변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기업체 수요 확인한 삼성, 활발한 마케팅 주력

삼성전자 영국법인과 손 잡은 VR 콘텐츠 제작솔루션 업체 VR투오소(VRtuoso)의 제품. VR투오소 제공
이런 흐름에서 삼성전자가 새롭게 주목한 영역이 바로 기업시장이다. 특히 기업체 임직원 대상 교육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고 이를 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사업장 주변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회공헌 활동인 ‘삼성전자 환경안전체험’에서도 VR을 활용한 안전체험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산업현장을 생생하게 구현한 VR 환경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친근하게 안전수칙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마련했다.

올해에는 스타트업 등 외부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이런 쓰임새를 확장한다. 올 초 열린 CES와 MWC 등에 참가한 VR투오소(VRtouso)라는 영국 업체는 VR을 이용해 안전·보안·직무훈련 등 다양한 사내교육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이 업체는 구글, 오큘러스, 피코 등 다른 제조사는 물론 삼성 기어VR도 역시 지원한다.

삼성전자 영국법인의 마이크 메이나드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디렉터는 “VR투오소를 통해 VR 앱(응용 서비스)을 빠르게 만들어 마케팅, 영업, 교육·개발 부서에서 빠른 학습(zero-learning curve)에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또 시각장애인을 비롯해 노약자 등 저시력자에 대한 콘텐츠를 통한 자립 지원이나 생산성 향상도 가능해 역시 다양한 활용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개발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C-Lab)의 릴루미노 팀을 알리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단편영화 ‘두개의 빛: 릴루미노’ 제작을 후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VR 헤드셋은 5G 시대를 맞아 더욱 쓸모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삼성의 VR 제품은 스마트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갤럭시S10 등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말 공개된 온라인 단편 영화 ‘두개의 빛:릴루미노’ 에서 여주인공인 수영(한지민 분)이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를 체험해 보는 장면.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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