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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최저임금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13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 결과가 카드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8개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분기보고서 합산 실적과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낸데다 카드사들 수익성 악화의 원인을 수수료율 인하가 아닌 카드사들의 출혈 경쟁에 따른 마케팅비용 증가로 한정한 탓이다.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과도한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정부 정책의 결과라는 주장을 펴온 만큼 금융당국의 이같은 원인 진단에 대해 추가 수수료 인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을 내놓고 있다.
◇상반기 순익 전년比 31% 줄었는데…금감원 발표치는 51% 증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8개 국내 카드사의 순이익은 8101억원으로 전년 동기(5370억원) 대비 50.9%(2731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집계치는 8개 카드사가 제출한 분기보고서 합산 순이익 결과와 정면 배치된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한 카드사 상반기 실적은 전년 동기(1조4191억원) 대비 31.9% 감소한 9669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차이는 카드 및 캐피탈사에 대한 고위험 대출과 관련 지난해 6월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에 비해 강화한 감독규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즉 2개 이상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있는 차주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30%)하도록 감독규정이 개정되면서 IFRS 기준에 비해 대손충당금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기저효과가 반영되면서 올 상반기 카드사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카드사별로는 신한(62%), KB국민(59.7%), 삼성(64.6%), 현대(23.5%), 우리(193.2%), 롯데(445%) 등 6개사의 순이익이 증가한 반면 비씨카드(-23.9%)는 감소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이같은 효과는 카드사 순이익이 역성장하는 것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순 회계상 착시효과라고 반박한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대손준비금 기저 효과에 따른 효과로 영업실적은 IFRS 회계기준에 따른 손익으로 분석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IFRS상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익성 악화 원인…마케팅 비용 증가 vs 수수료율 인하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것에는 금감원과 업계는 같은 진단을 내렸으나 그 원인은 다른 분석 결과를 내놓는다. 금융당국은 마케팅 비용 증가를 주요 요인으로, 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정책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 2014년 2조2000억원을 기록했던 카드사 순이익은 2015년 2조원, 2016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급감했는데, 이 기간 마케팅 비용은 2014년 4조1142억원에서 2015년 4조8215억원(17.2%), 2016년 5조3408억원(10.8%) 2017년 6조724억원(13.7%)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결제금액 할인 및 캐시백 등 기타마케팅비용이 최근 3년사이(2014~2017년) 5000억원 증가하는 등 부가서비스와 무관하면서 외형경쟁에만 치우쳤다”며 “카드사들이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올 상반기 역시 카드사간 경쟁 심화 등으로 마케팅비용(3235억원)이 크게 증가하고 조달비용(918억원)도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카드업계는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효과 분석은 제외하고 마케팅 비용 감축만 언급되면서 일부 효과만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 증가는 카드사용 증가에 따라 비례 증가하는 상품탑재 서비스 비용이 70%나 되기 때문에 비용절감이 쉽지 않다”며 “지난해 8월 우대가맹점 확대 등 효과가 올 상반기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됐는데 그 부분은 언급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 하반기부터 밴(VAN) 수수료율 개편으로 소액다건 가맹점 수수료 인하효과가 본격화 되면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이용액은 52조9000억원으로 8.6%(4조2000억원) 증가했는데, 특히 카드론 이용액이 22조7000억원으로 16.4%(3조2000억원) 급등했다.
카드론 이용잔액이 일시 급등하면서 모수가 늘어난 효과 등으로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01%포인트 감소한 2.33%를 기록했으나 전년말(2.27%)에 비해선 0.06%포인트 상승했다.
감독당국은 이같은 카드대출 급증, 연체율 증가 추세 등을 상시 점검하는 한편, 내달부터는 여전업권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