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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맞수’ LG화학 vs 롯데케미칼, 이번엔 박진수 웃었다

김미경 기자I 2018.08.01 07:10:00

1위 경쟁 엎치락뒤치락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석유화학업계 영원한 라이벌 박진수(왼쪽) LG화학 부회장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사진=각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이다. 이번에는 박진수(64) LG화학 부회장이 웃었다. 지난 1분기 허수영(65) 롯데케미칼 부회장이 업계 1위 자리에 오른 뒤 바로 탈환이다.

국내 화학업계 영원한 맞수인 LG화학(051910)롯데케미칼(011170)의 실적 경쟁이 치열하다. 수차례 업계 1위 자리를 주고받으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회사는 올 하반기에 또 한 차례 진검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박 부회장과 허 부회장의 라이벌 열전도 흥미롭다. 두 사람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70학번 동기로 48년지기 절친이다. 서로 다른 경영 전략을 펼치며 업계 호황을 이끌고 있다.

31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013억만원으로, 같은 기간 7033억원의 실적을 낸 LG화학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영업이익은 7000억원대를 회복했으나 맞수인 LG화학에는 살짝 못미쳤다.

반면 LG화학은 같은 기간 매출이 7조원을 돌파했다. 분기 기준 매출이 7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통 사업인 기초소재부문을 비롯해 자동차용 배터리와 바이오, 제약 등 일찌감치 사업 다각화에 나선 박진수 부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원재료 가격 강세에도 기초소재부문의 고부가 제품 매출 증대와 전지부문이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게 주 요인이다. 특히 전지부문은 매출 1조4940억원, 27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기차 판매 확대에 따른 자동차전지 매출 확대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한국시장 성장, 소형전지의 신규 시장 확대 등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다만 전자소재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탓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2% 줄었다.

앞선 지난 1분기 실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LG화학을 소폭 앞섰다. 롯데케미칼의 1분기 영업이익은 6620억원을 기록해 6508억을 낸 LG화학을 제친 바 있다. 두 회사는 매년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지난해 두 회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선전한 결과, 단 9억원 격차로 승부가 갈리기도 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간 경쟁은 두 회사 수장의 맞대결로 더 큰 관심을 끈다. 자타 공인 화학업계 대표 전문경영인인 이들은 40년 넘게 화학업계 몸담으며 업계 호황을 이끌어왔다. 박 부회장은 1977년 럭키(현 LG화학) 공채로 입사해 여천 스티렌수지 공장장, 특수수지 사업부장, 고부가합성수지(ABS)·폴리스티렌(PS) 사업부장, 석유화학사업본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11년 국내 화학사로서는 처음으로 매출 20조원 시대를 열어젖힌 주역이다.

허 부회장은 박 부회장보다 한해 먼저인 1976년 롯데케미칼 전신 호남석유화학 창립 멤버로 입사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2012년 호남석유화학에서 사명을 바꾼 롯데케미칼 초대 사장을 맡아 종합화학회사로 덩치를 키웠다. 특히 삼성 계열사였던 롯데정밀화학을 성공적으로 인수하고 에틸렌계 공장을 설립하는 등 한발 앞서 투자해 실적 개선에 앞장섰다. 그 공로로 롯데그룹 화학BU장을 거쳐 올 초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두 사람은 미래 전략을 놓고는 다른 경영 스타일을 보인다. 박 부회장이 사업 다각화 신공을 선보여왔다면 허 부회장은 ‘한 우물 파기’다. 박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와 제약 등 바이오 부문을 신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화학제품을 고도화하는 대신 신사업으로 LG화학 덩치를 키웠다. 이에 반해 허 부회장은 전통 석유화학 사업을 고수한다. 롯데케미칼은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삼성 BP화학 지분 49% 포함)을 인수해 원료의 수직계열화했다. 이를 통해 범용 제품의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 슈퍼사이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 다른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개하기 때문에 수익성이나 매출 규모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면서도 “두 회사의 선의의 경쟁이 국내 화학업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회사에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롯데케미칼 실적 추이
LG화학 실적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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