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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 부메랑…손보사 1분기 순이익 33% ‘뚝’

김경은 기자I 2018.05.17 06:00:00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 경쟁 격화
GA채널 수수료 등 사업비 늘어
보험 인수기준 완화하고 보장 확대
중장기 손해율 악화 우려도 나와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올 1분기 독립법인대리점(GA) 채널을 활용한 과도한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외형(매출)은 성장했지만 당기순이익 악화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GA채널에 600%에 달하는 시책을 지급하는 등 판매 수수료 경쟁을 벌인데다 한파로 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까지 겹치면서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보험 인수 기준을 완화하고 보장을 늘리는 출혈경쟁을 벌인 탓에 손해율 악화의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손보사 5곳 1분기 당기순이익 6488억

1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손해보험사 5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의 지난 1분기 당기 순이익은 6488억원으로 전년(9638억원) 대비 32.7% 급감했다. DB손보(1102억원)가 전년 대비 30.8%, 메리츠화재(631억원)가 28.9%로 가장 저조했다. 이어 현대해상(1060억원)이 8.2%, KB손보(684억원)도 1.8% 감소했다. 삼성화재(3011억원)도 전년 대비 40.1% 떨어졌으나 지난해 본사 매각이익을 제외하면 세전이익은 11% 오른 수준이다.

이같은 실적 감소는 올 초부터 대형사를 중심으로 GA채널 활성화를 위해 장기 보장성인보험 상품 판매 경쟁을 벌이면서 신계약이 늘어났고 GA채널에 대한 높은 판매 수수료 제공 등으로 사업비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 상위 5개사의 순사업비는 2조9643억원으로 전년보다 8.4%(2298억원)나 늘었다.

신계약이 늘어나면서 보험료수익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각 사별 사업비율(사업비/보험료수입)도 증가했다. 특히 지난 3월 장기인보험신계약이 업계 부동의 1위 삼성화재를 제친 메리츠화재의 경우 GA채널에 대한 시책비 증가로 전년보다 사업비율이 4.2%포인트 오른 25.6%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GA채널 경쟁은 올 초 삼성화재가 장기 보장성인보험 상품 개정을 통해 가입한도를 늘리고 비갱신 담보를 확대하는 한편, 치아보험 시장 진출 등을 단행하면서 촉발됐다. GA채널 활성화를 위해 대대적 상품 개정을 하는 한편 시책 경쟁으로까지 불붙었다. 실제 지급된 설계사 수수료 비용도 늘어난데다 신계약 증가로 인해 회계상 판매비 급증까지 겹쳤다.

현대해상, KB손보 등 다른 보험사들도 소폭 올라 20~21% 수준의 사입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관리의 DB’의 저력을 보여준 DB손보만 유일하게 19%대를 유지하고 있다. DB손보의 실적 하락은 임직원 성과급(130억원) 지급 등 일회성 요인과 외제차 비중이 높아 한파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던 점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영향도

지난 1~2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DB손보는 77.5%에서 85.4%로 7.9%포인트 치솟아, 상위 5개사 중 상승폭이 가장 크다. 삼성화재도 76.4%에서 81.4%로 5%포인트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순익 감소폭이 적었던 현대해상은 77.8%에서 80.4%로 2.6%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계제도 변경을 앞두고 보장성보험 판매 경쟁을 중심으로 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문제는 단기적인 수수료 지급에 따른 경쟁보다 인수 기준 완화 등으로 인해 중장기적인 손해율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축성보험 판매가 줄고 보장성보험이 늘어나면서 추가상각이 늘어 판매비가 증가했다”며 “회계상 변화에 따른 판매 정책 변화가 근본적인 실적 악화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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