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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또…송파구, 역전세난 '데자뷔'

박민 기자I 2018.05.03 06:00:00

세입자 구인난 심화
전셋값 두달새 1억 떨어진 곳 속출
1만 가구 헬리오시티 등 물량 폭탄
입주시기 8개월이나 남았는데…
마음 급한 집주인 급매물 쏟아내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10년 전인 2008년 서울 송파구에선 아파트 전셋값이 뚝뚝 떨어지는 데도 집주인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은 ‘역(逆)전세난’이 일대 주택시장을 휩쓸었다. 당시 엘스(옛 잠실주공1단지)·리센츠(잠실주공2단지)·파크리오(잠실시영아파트) 등 1만8000여 가구가 재건축을 통해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전세 급매물이 넘쳐났고 전셋값은 속절없이 하락했다. 그 해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14% 가까이 빠졌다.

이 같은 역전세난 악몽이 최근 송파구에서 다시 드리워지고 있다. ‘세입자 구인난’이 심화하면서 전셋값이 두 달새 1억원 넘게 떨어진 곳이 적지 않다. 그 배경엔 오는 12월 입주를 앞둔 헬리오시티(옛 가락시영아파트·총 9510가구)가 자리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D공인 관계자는 “헬리오시티 입주 물량이 1만가구에 육박하다 보니 벌써부터 세입자를 선점하려는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며 “10년 전 역전세난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입주 폭탄’에 송파구 일대 전셋값 급락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13.9%나 떨어졌다. 당시 서울 전셋값 평균 변동률(-4.31%)보다 10% 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쏟아진 엄청난 입주 물량이 전셋값 급락의 최대 원인으로 꼽혔다. 그해 7월과 9월에 엘스(5678가구)와 리센츠(5563가구), 잠실 파크리오(6864가구) 등 매머드급 재건축 단지가 한꺼번에 입주했다. 입주 물량만 1만8100가구가 넘는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은 이들 단지 입주 시기보다 4~6개월 빨리 발생했다. 그해 3월 0.25% 떨어지며 하락세로 전환한 아파트 전셋값은 재건축 단지 입주 때인 7월 들어 1.65% 빠졌고, 10월과 11월에는 4% 넘게 급락했다. 신천동 S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전세 매물을 내놓으면서 입주 이전보다 입주 이후에 전셋값 하락이 더 가속화했다”며 “전용면적 85㎡ 전세금이 2억원 초반까지 내려갔는데, 이는 당시 1년 전 시세보다 1억원 넘게 낮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역전세난은 송파구에서만 그치지 않고 인접한 강동·광진·강남구 등 주변 지역으로까지 번졌다. 2008년 한 해 동안 강동구는 10.73% 급락했고, 광진구(-7.35%)와 강남구(-4.94%)도 전셋값이 크게 하락했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송파구에서 시작된 세입자 구인난이 주변 지역으로 퍼져 전셋값을 연쇄적으로 낮췄다”며 “당시 강남과 강동구 일대엔 래미안퍼스티지와 롯데캐슬퍼스트 등 3000가구 안팎의 새 아파트 입주 시기까지 겹치며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송파구 전세시장 약세도 10년 전 역전세난의 데자뷔다. 연초부터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전세 물건들이 쌓이고 있는데, 올 연말 입주하는 헬리오시티 전세 물량이 벌써부터 나오면서 전셋값을 끌어내리고 있어서다. 인근 가락동 D공인 대표는 “헬리오시티 입주가 아직 8개월이 남았지만 마음이 급한 집주인들이 세입자 선점 목적으로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엔 세입자 구인난이 잠실 일대 재건축 단지 입주 4~6개월 전부터 시작됐지만, 당시의 경험치로 올해는 역전세난 신호가 더 빨리 켜졌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헬리오시티 전셋값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전용 84㎡ 전셋값은 7억원대로 한 달 전보다 1억원 가량 하락했다.

주변 아파트 전세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잠실동 엘스 전용 85㎡는 2월에만 해도 전셋값이 평균 8억 중반~9억원에 달했는데 지난달 말 7억 2000만원에 거래됐다. 두달 새 1억원 넘게 떨어진 것이다.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5㎡도 전셋값이 7억원대로 두 달 전보다 1억원 넘게 떨어졌다. 송파구는 지난 주에도 전셋값이 0.30% 하락하며 올해 누적 기준 2.51%나 떨어진 상태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전셋값 하락 지속” vs “2년 뒤 가격 급등”

10년 전과 올해는 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08년은 하반기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집을 사지 않고 버티려는 전세수요가 급작스레 늘며 짧은 기간내 역전세난이 해소됐다. 그러나 올해는 신규 전세 수요가 많지 않아 전셋값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미윤 연구원은 “작년 한해 집값 상승 기대감에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한 수요가 많았고, 인근 경기 하남 미사지구와 위례신도시 등으로 빠져나간 수요도 꽤 있어 헬리오시티 입주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송파구 일대 전셋값은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거 2008년 역전세난처럼 인접 지역까지 전셋값 하락세가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올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만 예정된 재건축 이주 수요만 1만9000여 가구에 달해 수급(수요와 공급) 매칭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강남권은 매매값만 떨어지지 않으면 전셋값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은 곳”이라며 “2년 뒤 헬리오시티 전세 재계약 시점에는 전셋값이 한바탕 껑충 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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