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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적폐 청산' 프레임에 갇힌 文정부..개혁 첫발 떼기도 전에 '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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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오 기자I 2018.04.18 06:00:00

''김기식 사퇴'' 후폭풍
靑,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 고집
한달새 2명 낙마에 혼란 가중
후임은 민간에서 찾을 가능성
높아진 눈높이에 후보군 부담↑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은 해당 분야 관료 출신을 임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퇴 논란이 확산하자 국민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금융을 근본적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며 이를 위해선 금융 감독 수장도 김 전 원장과 같은 민간 인사 중에서 임명할 수밖에 없다는 임명권자의 고충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들어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 전 원장까지 비리·위법 논란 등으로 줄줄이 낙마하면서 선임 배경이었던 ‘금융 개혁’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개혁의 명확한 철학과 내용 정립 없이 ‘민간=개혁’이라는 금융적폐 청산 프레임에 갇혀 첫발을 떼기도 전에 자질 논란을 부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금융 잘 모르는 것 같다” 푸념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 경영자 간담회 참석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 눈을 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금융권에 싸늘한 시각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금융권은 “국민과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혁신해야 한다. 금융권의 갑질, 부당 대출 등 금융 적폐를 없애겠다”는 올해 초 대통령 신년사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금융은 곧 뜯어고쳐야 할 ‘적폐’라고 칭해서다.

한편으로는 금융 개혁과 그 개혁 대상인 적폐의 정체가 모호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장으로서 김 전 원장의 자질이나 역할 논란 등을 두고 “정부가 금융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푸념해왔다. 정권 출범 직후 제기된 ‘금융 홀대론’이 최근 다시 부상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을 찬밥 취급하며 전문성 떨어지는 인사를 감독 당국 수장에 덜컥 앉혔다가 인사 참사를 자처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서울의 한 경영학과 교수도 “금감원장이 자산운용사 대표를 만나 수익률을 높이라고 하고 저축은행을 대부 업체 취급하며 금리 내리라고 호통 치는 것이 이 정부의 금융 개혁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현 정부 금융 정책 설계를 담당한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는 민간 출신 선호 이유를 금융 개혁과 연결해 비교적 명확하게 설명한다. 윤 교수는 “학계에서는 과거부터 한국 금융의 문제가 관치에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관치 금융이 오랫동안 자리 잡은 것이 금융 전반의 수준을 상당히 낮췄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현 정부 금융 개혁의 양대 과제가 금융 정책과 감독의 분리·독립을 뼈대로 한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낙후한 금융 산업 선진화를 위한 금융 규제 개선에 있다고 요약했다.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그간 국내 금융 정책과 감독을 쥐락펴락한 것이 카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 대형 금융 사고를 낳고, 금융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뒤쳐진 원인인 만큼 현 정부도 개혁의 중심에 모피아 배제 원칙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새 금감원장 복잡한 셈법

이런 시각 때문에 김 전 원장 후임도 다시 민간에서 찾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말한 금감원장 임명의 첫째 원칙이 금융 개혁”이라며 “원장 사퇴로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온 만큼 다음 원장도 민간에서 뽑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인사 검증은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세평에 오르는 후보군도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기대가 높아지는데다 두 번 낙마한 원장의 후임이라는 무게감도 만만치 않아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버금갈 검증 요건을 거쳐야 한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금감원의 전직 고위 관료는 “청와대 의지에 따라 금융 개혁과 서민 금융 강화라는 금감원의 정체성은 이미 결정된 것”이라며 “두 번의 원장 낙마라는 쓰라린 경험을 조기 수습할 인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만큼 세평에 오르는 후보군의 부담과 압박이 클 것”이라고 귀띔했다.

차기 금감원장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는 대부분 문재인 캠프에 몸 담았거나 관계 맺은 인물이다. 윤석헌 서울대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를 비롯해 김성진 숭실대 겸임교수, 최윤재 고려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조훈 KAIST 교수,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등 교수 풀(Pool)과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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