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페이스북 정보유출 사태가 던지는 경고

논설 위원I 2018.04.10 06:00:00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이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정보유출 피해자가 8700만명이라고 밝혔다. 당초 알려진 5000만명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게다가 미국뿐 아니라 한국 8만 6000여명을 비롯해 유럽, 호주 등 전 세계 이용자들이 포함돼 있다. 유출 정보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운동에 악용됐다, 이용자로부터 접근 동의를 얻지 않은 통화·문자의 수신·발신 내역까지 수집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는 해커 공격에 의한 유출이 아니라 기업에 돈을 받고 판매한 정보가 제3자에게 넘어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유출된 정보가 정치적으로 악용됐다는 사실도 놀랍다. 정보를 팔면서 매입처가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데이터의 오용 위험을 소홀히 여긴 탓이다. 이처럼 상황이 엄중한데도 마크 저커버그 CEO는 늑장 대처에 정보를 산 영국 데이터 회사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용자의 신뢰를 저버린 행태다.

파문이 가라앉기는커녕 자꾸 확대되는 것은 바로 이같은 무책임한 대응 때문이다. 명확한 해명이나 사과 없이 사태 축소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미국 법원에 제기한 집단소송도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이용자들이 저커버그의 미 의회 출석에 맞춰 한꺼번에 페이스북을 차단하자는 단체 보이콧 운동까지 등장했다. 이제라도 진상을 밝히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페이스북 사태의 본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사회적 편익이라는 긍정적 기능 못지않게 언제든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개인정보 보안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는 사례다. 빅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보안체제와 윤리의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개인정보 유출과 무단 활용의 부작용이 드러나게 되는 법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우리 기업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보보호에 실패하면 퇴출된다는 경각심을 갖고 데이터 보안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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