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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데일리가 국내 30대 그룹(매출 기준) 소속 76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 기업경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에 가장 호황을 보일 업종(복수응답 허용)으로 반도체(81.6%)가 꼽혔다. 이어 석유·화학(31.6%), 디스플레이(17.1%), 휴대전화(17.1%) 등의 순이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양대 반도체 업체들은 올 한해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양사의 영업이익이 70조원에 달하는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내년에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열풍을 등에 업은 D램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SSD(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 등 메모리 반도체가 20~30%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로 인해 설문에 응한 주요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내년에도 반도체 호황이 계속될 걸로 내다봤다. 또 석유·화학 분야도 SK이노베이션(096770)과 LG화학(051910) 등이 나란히 올해 3조원 안팎의 수익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의 새해 전망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은 내년에도 설비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며 대부분 올해보다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투자 관련 규제 완화(81.6%)와 대출 등 금융지원(10.5%)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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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가장 어려울 업종을 묻는 항목에선 조선(50%), 건설(36.8%), 자동차(22.4%) 등이 1~3위를 차지했다. 조선업의 경우 ‘빅3’로 거론되는 현대중공업(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이 올 한해 1만명 이상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등 극심한 불황과 구조 조정의 칼바람을 거쳤다. 자동차 업체들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한미 FTA 재협상 등 대외 리스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해외 수주 부진 등으로 내년에도 힘든 시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호황 업종을 예상하는 질문에서 76개 기업 중 건설을 예상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내년 채용 계획에 대한 질문에서 76개 회사 중 유일하게 올해보다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한 곳 역시 건설업체였다. 이들 업종에선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및 세제 혜택 확대 등 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공업 분야 한 기업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과거 대비 상대적으로 투명성 및 공정성을 재고시킨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정책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