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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올무티닙', 임성기 회장의 '개발 드라이브' 옥의 티 되나

강경훈 기자I 2016.10.04 07:00:00

임성기 회장 2000년부터 ''R&D의 한미''로 체질 개선
임상시험서 사망 등 부작용 사례 나올 수 있어
중앙약심서 올무티닙 운명 갈릴 듯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의 폐암 항암제 올무티닙 개발 포기를 선언한 것은 ‘연구·개발(R&D)만이 살 길’이라고 외쳤던 임성기(76·사진) 한미약품(128940) 회장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겼다는 평가다.

지난해 7월 한미약품으로부터 폐암 항암제 ‘올무티닙’의 판권을 도입한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에 올무티닙의 개발 중단을 한미약품에 통보했다. 모든 임상데이터에 대한 재평가 및 급변하는 폐암치료제 시장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이유다.

◇‘기술의 한미’ 자부심에 상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무티닙을 사용한 환자 중 3명에서 중증 피부이상반응이 나타났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당분간 신규 임상시험 환자 모집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건의 사망사례 중 한 건은 약물과 높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임상시험 중 생기는 부작용 등 안전성 이슈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 관계 당국과 긴밀히 공유·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까지 한미약품은 영업력이 최대 강점이었다. 임 회장은 2000년 의약분업이 시행과 함께 영업조직을 5배 이상 확대해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동네의원, 약국까지 직접 영업대상으로 삼으면서 동종업계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영업력은 2010년 이후 정부가 잇단 리베이트 규제정책을 내놓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무작정 ‘몸으로 때우는’ 영업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임 회장은 이 때부터 그동안 쌓은 자금을 기반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2010년 대표이사도 R&D를 총괄하던 이관순 R&D본부 사장을 임명했다.

이 대표 취임 후 한미약품은 R&D 투자를 확대했다. 이 회사의 R&D 투자 비용은 이 대표 취임 전인 2009년 824억원(이하 매출액 대비 13.4%)에서 지속적으로 늘어 2013년에는 1156억원(15.8%)까지 늘려 국내 제약사 처음으로 R&D 투자액이 1000억원이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1871억원(23%)로 R&D 비용을 늘렸다. 국내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R&D비율 평균이 7~9% 대인 것을 감안하면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의지가 얼마나 큰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영업이익이 감소해도 R&D 투자는 지속됐고, 한미약품은 지난해 7조8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임 회장은 올해 초 열린 한미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제약사의 생명은 R&D”라며 “지난 5~6년간 꾸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R&D에 투자한 것은 기술개발에 매달리지 않으면 발전은커녕 생존 자체도 힘들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신뢰 회복이 열쇠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환자 사망이나 신약개발 중단사례는 제약업계에서는 특이한 일로 여기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이번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사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호재와 악재를 알리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지난 해에도 호재 공시 이후에 곧바로 악재 공시를 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경험이 있다”며 “제약·바이오 업계의 선두주자를 자처하는 회사로 보기에는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올무티닙을 기술수출하기로 했다는 호재를 오전에 공시해 장중 주가가 전일 대비 11.19% 오르다 당일 오후에 2분기 어닝 쇼크 악재를 공시해 전일 대비 18.35% 떨어져 장을 마감했다. 1년 2개월 만에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면서 바이오제약주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바이오·제약주의 기술수출이 회사의 주장과 달리 실제 매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게 된 것”이라며 “바이오·제약사의 미래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무티닙의 미래는 4일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달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판허가 중단부터 임상시험 지속 진행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중앙약심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조치를 감안해 당일 중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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