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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1980년대, 민중미술 아닌 리얼리즘"

김자영 기자I 2016.01.26 06:15:10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Ⅱ: 리얼리즘의 복권'' 전
자문 맡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주장
"단색화 이어 리얼리즘 사조 국내외 알려야"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사진=가나아트센터).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1980년대 한국미술은 사각지대에서 그린 재야적인 그림이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미술인들이 뿜어낸 예술적 분출이었다. 민중미술로 단정짓기보다는 ‘리얼리즘’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Ⅱ: 리얼리즘의 복권’ 전의 자문을 맡은 유홍준(67) 명지대 석좌교수가 민중미술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시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 교수는 “1980년대 제도권 미술은 현실에서 벗어난 예쁜 그림을 그리고 팔던 답답한 시절”이라며 “새로운 흐름은 임옥상·이중구·오치균 등이 제도권 바깥에서 그린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작품에서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림이 지금까지도 민중미술이란 이름에 갇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유 교수의 생각이다. 1980년대 이후 정부와 언론 등에 의해 정치적으로 불온하다는 의미로 사용한 ‘민중’이란 단어가 당시의 그림사조를 모두 담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마침 이번 전시의 자문을 맡은 유 교수는 “30년간 민중미술이라 불려온 이들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한번 갖고 싶었다”며 “민중미술은 리얼리즘의 한 사조일 뿐이며 해외서 한국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금 제대로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현재 국내외서 호평을 받고 있는 한국 단색화가의 대부분이 80대인 점을 지적하며 이들의 뒤를 이을 5060대 작가를 국내외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유 교수는 “박수근처럼 대상을 뚫어지게 관찰하며 조형적으로 재해석한 작가로는 고영훈·이종구·오치균·권순철 등이 있다”며 “반면 신학철·임옥상·황재형·민정기 등은 이중섭처럼 작가의 주관적 느낌을 대상에 투영했다”고 분석했다. 전시에는 신학철의 ‘한국현대사: 초혼곡’, 임옥상의 ‘땅 4’, 민정기의 ‘알맹이’, 권순철의 ‘갯펄 아낙’, 이종구의 ‘종자’, 고영훈의 ‘새’, 오치균의 ‘인체’ 등 100점이 나온다. 작가 1명에게 전시실 하나씩 배정해 가나인사아트센터 지하부터 6층까지 통째를 쓴다. 유 교수는 “투박하고 못 그린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사실적이면서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라며 “전업작가로 나서며 그린 대작”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1980년대 민중미술의 교두보인 ‘그림마당 민’의 운영위원장을 지낸 유 교수는 당시 첫 초대전으로 전시한 목판화가 오윤의 30주년 회고전으로 ‘오윤과 친구들’(가제)을 오는 7월 중 열기 위해 기획 중이다.

이종구의 ‘이씨의 여름’(사진=가나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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