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엔화 약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엔화가 달러화 대비 7년만에 최저치로 하락하자 원화도 달러화 대비 1083원을 기록하며 9개월만에 가장 낮아졌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된 달러-원 환율은 1083.6원으로 전 거래일 현물환 종가(1076.5원)보다 7.1원 올랐다(원화 값 하락). 종가 기준으로 2월 4일(1083.8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36.3원이나 급등한 것이다.
달러-원 상승을 자극한 것은 역시나 엔저였다. 장중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BOJ) 총재가 한 세미나에 참석해 “BOJ가 추가 완화에 나설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필요시 정책을 주저없이 조정할 것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한 것이 주춤하던 엔저에 날개를 달아줬다.
113엔 중반선에서 거래되던 달러-엔이 순식간에 114엔대로 치솟았다. 오후 3시 서울환시 종가 기준으로 114.32엔에 거래돼 2007년 11월 6일(114.64엔) 이후 7년만에 가장 높아졌다(엔화 값 하락). 이에 따라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100엔당 947.95원으로 전일보다 1.51원 하락했다. 2008년 8월 12일(938.93원)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장 초반 달러-원은 관망세를 보였으나 달러-엔이 상승하자 (이에 연동돼) 달러 매수물량이 유입됐다”며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물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상승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이슈가 생기면서 엔화의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115엔에 대한 상향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의미있게 오르긴 어려울 것이다.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연구원은 “일본 쪽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나왔기 때문에 달러 쪽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달러 강세를 자극할 만큼 모멘텀이 약해 이슈가 일단락되면 달러-엔은 크게 조정을 받지 않더라도 달러-원은 달러 매도물량, (경제) 펀더멘털쪽이 부각되며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