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51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43개 그룹으로 한정한데서 비롯된다. 이로 인해 자산총액 5조원 이하의 기업집단은 대주주 일가 지분율이 높더라도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을 지속하더라도 면죄부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자산 총액기준 국내 100대 그룹 상장사와 비상장사 2332개 회사(2월4일 기준)의 대주주 일가 지분율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공정위의 감시 대상 계열사 비중은 43개 기업집단(13%)보다 하위 49개 그룹이 17%로 4% 더 높게 나타났다. 비상장사는 대주주 일가의 지분공시가 상시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연말및 분기에 발표되는 최신 보고서상 지분율을 조사했으며, 해외 계열사는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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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유화와 경방이 계열사 대주주 지분율 초과 많아
일감몰이 규제 대상인 43개 기업집단은 상장사 223개사와 비상장사 1296개사 중에서 각각 32개사, 165개사 등 총 197개사(13.0%)가 대주주 일가 지분율을 30%, 20%를 각각 초과했다.
하위 49개 그룹 중 공정위 규제 감시 대상 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대한유화와 경방으로 나타났다. 대한유화(006650)와 경방(000050)은 계열사가 4개와 2개에 불과하나, 대주주 일가 지분율이 30%, 20%를 초과한 비중이 50%에 달했다.
오뚜기(007310)와 SPC가 42.9%와 40%로 3, 4위를 기록했고, 이어 넥센(005720)(36.4%), 희성(35.7%), 고려제강(002240)·일진(33.3%), 무림(30.8%), S&T(30%) 등이 뒤를 이었다. 20% 이상인 그룹은 농심(004370)(29.4%), KISCO·한일시멘트(25%), KPX(24.0%), 이수·삼천리(23.1%), 동서(22.2%), 화승·대상(20%)이었고, 계룡, 보광, 사조, 동국산업, 선명, 아세아, 애경, 동원, 아주, 풍산, 태광실업, 오리온, LIG, 유진, 셀트리온, 세방, 대한제당 등도 10% 이상의 비중을 보였다.
◇43개 그룹에선 부영과 한국타이어가 가장 높아
43개 기업집단에서는 부영과 한국타이어(161390)가 각각 16개의 계열사 중 9개사(56.3%)가 공정위 규제 대상에 해당돼 비중이 가장 높았다. KCC도 10개사 중 5개 계열사가 대주주일가 지분율 규제 기준을 넘어섰다.
이어 태광(023160)(27.9%), 효성(26.2%), OCI·영풍·세아(26.1%), 대성(25.9%), GS(25%), 대림·현대산업개발(20%), 현대자동차(19.3%), 코오롱(18.9%), 현대(15%), 한화(12.8%), 두산(12.5%), LS(11.8%), 한진중공업(11.1%), 미래에셋(10.7%), 웅진·아모레퍼시픽(10%) 순으로 규제 대상 계열사 비중이 높았다.
반면 현대중공업, 금호아시아나, 동국제강, 한라, 한국투자금융, 한솔 등은 대주주일가의 지분이 공정위 규제 기준을 초과한 계열사가 한 곳도 없었다.
박주근 대표는 “공정위 감시 대상에서 제외된 100대 그룹 내 하위 그룹도 대주주일가의 기업지배 구조와 자산 증식 방법이 재벌과 다르지 않다”며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단순히 자산총액 5조원 잣대로 못 박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재벌의 탈법적 자산 증식을 막는다는 당초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