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서울시는 택시요금을 카드로 결제할 때 요금이 6000원 이하인 경우 택시회사나 개인택시 사업자가 지불해야 하는 카드수수료(신용카드 기준 1.9%)를 전액 대납해 주고 있다. 손님에게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관행을 척결하기 위해 카드 결제 거부 시 벌점 부과와 함께 꺼내 든 ‘당근’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50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했으나 당초 예상보다 카드 결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예비비에서 11억원을 더 꺼내 썼다. 올해는 79억원이 카드수수료 대납 예산으로 잡혀 있는 상태다.
당초 이 사업은 올해를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택시요금 카드 결제비율이 50.6%까지 올라간데다, 올해 택시요금 인상까지 이뤄지면서 카드수수료를 대납해 줘야 할 명분이 사라진 때문이다. 영유아 보육비 지원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정도로 시 재정 상황이 악화된 것도 주요 이유가 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근 카드수수료 지원 중단 시 택시기사들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다는 옹색한 이유를 들어 이 사업을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하고 79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
카드수수료 부담이 만만찮기는 하지만 이번 택시요금 인상으로 택시업계가 얻게 되는 수익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그런데도 시가 악화된 재정을 무릅쓰고 카드수수료 대납 예산을 또다시 편성한 것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선심성 행정이 아닌 지 의심된다. 택시는 매일 수십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며 여론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서울시내에서 운행되는 택시만 7만여대다.
카드수수료 대납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은 정책이다. 당연히 수익자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를 ‘카드 이용 활성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금까지 세금으로 지원해왔던 만큼, 만일 같은 이유로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도 카드수수료 지원을 요구하면 시가 어떤 이유를 들어 거부할 지 궁금하다.
택시비를 카드로 결제하려 하면 대놓고 불친절하게 대하는 기사들이 여전히 많다. 기사 입장에선 번거롭기도 하고 6000원 초과 금액일 경우에는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시가 카드수수료 대납 정책을 강행하겠다면 대신 현금 없이 택시를 탈 때도 기사 눈치를 보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