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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브리핑]"저는 `영국`을 잘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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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 기자I 2012.06.21 07:57:50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미국의 한적한 고속도로. 직선으로 뻗은 길이 시원하다 못해 지루하다. 도로를 달리는 차는 오직 한 대. 담배를 피워 문 운전자는 노래를 흥얼 거리며 힘껏 가속페달을 밟았다. 아무도 없는 곧은 길이다 보니 운전대를 놓고도 아무 문제 없이 운전이 가능할 정도다.

얼마나 달렸을까. 운전자는 백 미러를 통해 경찰차 한 대가 뒤따라 오는 것을 봤다. `아차` 싶었다. 하지만 맹렬한 속도로 달려온 경찰차는 어느새 추월해 방향지시등을 켰다. 갓길에 세우라는 신호다. 운전자는 머리가 복잡했다. 머나먼 타국에 와서 `딱지`를 끊게 생겼다.

미국은 교통법규가 엄하다. 덜컥 겁이 났다. 경찰관은 창 밖으로 손을 뻗어 갓길에 차를 세우라고 종용했다. 허허벌판에서 추격신을 찍을 수도 없는 상황. 운전자는 체념한 채 갓길에 차를 세웠다.

경찰차의 차문이 열리고 건장한, 한 눈에 보기에도 위협적인 덩치의 경찰관이 차에서 내렸다. 오른손은 권총을 찬 허리에 올린 채다. `아, 이제 죽었구나`. 운전자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경찰관이 다가와 신분증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운전자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경찰관이 재차 신분증을 요구했다. 그때 운전자의 머릿속을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운전자는 경찰을 향해 더듬거리며 말했다. "I can not speak `england`". 황당한 표정으로 한참을 운전자를 바라보던 경찰관은 한숨을 내쉬더니 `조심하라`며 경찰차로 돌아갔다. 운전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대학 시절. 한 친구가 겪은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의 영어 솜씨는 네이티브 수준이라고 할 만큼 유창했다.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그 친구가 떠올린 `꼼수`가 놀라웠다.

요즘 우리 증시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그리스 위기라는 산을 넘었더니 이젠 스페인이 버티고 있다. 물론 그리스와 스페인의 위기는 차원과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 증시의 변동성 측면에서는 분명 악재다. 그동안 그리스가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 한 심정으로 기다렸던 시간을 또 다시 경험해야 한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다행히 종합주가지수가 이틀 연속으로 올라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언제 또 어떤 일이 터질 지 모르는 일이다. 전문가들도 EU 4개국 정상회담과 EU재무장관 회담 결과가 나올 오는 22일까지는 기다려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이럴때 투자자들은 `꼼수`를 떠올린다. 좀 더 쉽게, 좀 더 편하게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종목에 대한 분석과 전망은 차치하고 오로지 이득만을 챙기기 위해 `꼼수`는 손쉬운 카드다. 그만큼 `꼼수`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최근 테마주로 묶인 기업들의 대주주들이 고점에서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 차익을 거둔 것을 두고 금융당국이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시세조종 세력들과의 연계 여부를 보겠다는 말이다. `꼼수`를 부렸는지 아닌지에 따라 처벌도 가능하다.

`꼼수`를 통해 취한 이득은 당당하지 못하다. 정공법에는 언제나 고통이 뒤따르지만 그 결과는 당당하고 자랑스럽다. 요즘처럼 위태위태한 증시에서라면 더욱 더 정공법이 정답이다. 많은 증권 전문가들이 낙폭 과대주와 향후 전망이 좋은 종목을 추천하는 것도 실적과 전망을 토대로 분석한 정공법이 옳다는 주장의 방증이다.

"저는 영국을 잘 못해요"라는 꼼수보다, 차라리 신분증을 제시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비록 박장대소는 하지 않았겠지만 그 친구에게 "잘 했다"는 한 마디는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앞이 안 보일 때는 정공법이 `꼼수`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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