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전략)2000년 IT버블붕괴 vs 2008년 금융위기

유환구 기자I 2008.07.24 08:13:25
[이데일리 유환구기자] 전세계 주가가 미국 주가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따라서, `주식회사 미국`의 매크로 현황을 2000년 IT버블 붕괴 당시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서 점검해 보는 것은 향후 장세 흐름을 예상하는데 있어 필요한 부분이다.

1. "2000년 IT vs. 2008년 금융" 주가
IT업종의 고점은 2000년 3월이었고 금융업종의 고점은 2007년 6월이었다. S&P 500 업종지수를 기준으로 IT업종은 고점대비 최대 75% 하락했고 금융업종은 지금까지 55% 하락했다. 일부에선 역사적으로 볼 때 버블 붕괴의 고통이 유사하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금융업종 주가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일견 설득력이 있다. 금융회사와 모기지회사의 부실상각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며, 오죽했으면 정부지원기관(GSE, Government Sponsored Entities)인 패니맥과 프레디 맥이 자금 압박을 당해 부도 가능성마저 제기될 정도니까…

그러나, 달리 봐야 할 부분도 있다. 주가는 밸류에이션의 함수이다. IT 버블 붕괴 당시에는 성장성이라는 미래 가치에 베팅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록적인 밸류에이션을 양산하게 됐다. 고점 당시 IT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는 45.8배 수준이었다. 누가 봐도 버블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참고적으로 현재 IT업종의 PER는 16.2배 수준이다.

반면 금융업종은 작년 6월 고점을 기록했을 때 PER가 12.4배이고 이익이 완전 망가진 현 시점의 PER는 11.8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IT 버블 붕괴 당시의 주가 흐름을 금융업종이 동일하게 따라간다는 주장은 너무 부정적인 시각이다.

2. 제반 매크로 현황 비교
민간주체의 심리지표는 기업과 가계가 달리 가는 모습이다. 기업의 경우, 투자심리가 크게 망가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한데, 달러화 약세와 신흥국 수요가 기업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의 소비심리는 크게 훼손됐다. "집값 하락, 유가 급등, 물가 불안" 등 일련의 환경변화가 심리악화의 주범이다. 지금의 소비자신뢰지수는 경착륙이 나타났던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지난 9.11 테러 당시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가계의 소비동향은 "소비심리 위축, 유가 급등, 물가 불안, 고용 악화, 역(易) 부의 효과"로 인해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명목소비지출은 전년동기대비 5~6%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자동차와 유류제품 판매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IT 버블 붕괴 당시에 버금갈 정도로 위축된 상황이다. 다만, 세금환급이 6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소비 둔화를 일정 폭 완충할 전망이다.

산업지표는 상대적으로 안정됐다. 생산과 출하는 둔화되고 있지만, 그 폭은 견딜만한 수준이다. 또한 제조업 가동률도 80% 전후에서 등락하고 있는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신흥국가의 견조한 수요가 다국적 제조업체의 생산 증가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3. 결론
지금까지 "주가 흐름, 심리지표, 고용동향, 소비흐름, 산업지표" 등을 두로 살펴봤다. 버블 붕괴의 이유와 환경에 차이가 있는데, 부문별 비교를 통해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금융업종 주가는 모기지 부실에서 출발한 일련의 리스크(유동성 위기에서 지급불능 위기로)를 충분히 반영했다. 씨티그룹과 메릴린치와 같은 대표 투자은행 주가는 더 떨어지기 힘든 상황까지 하락했다.

둘째, 가계가 이번 모기지 부실과 금융위기의 직접적 피해자이다. 주택가격 하락, 모기지금리 상승, 고용사정 악화가 가계의 명목 구매력 저하로 이어졌다면,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 저하로 반영됐다. 민간소비는 향후 좀더 둔화될 전망이다.

셋째, 기업부문은 상대적으로 건실하다. 다국적기업의 해외성장이 양호하고 재무구조도 외풍을 견뎌낼 정도로 안정됐기 때문이다. 물론 원가 상승과 소비 둔화로 인해 이익마진은 줄어들고 있지만, 통상적인 순환 사이클상의 이익감소로 치부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4.단기 투자 전략
장 중 기준으로 100포인트, 7% 수준의 반등이 나타났다. 항상 그렇듯이 바닥에서 주가가 튀어 오를 때, 이를 제대로 따먹기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운 좋게 그럴 수 있겠지만… 공포심리에 맞서며 저점에서 주식을 매집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따라서 확인 후 대응이 일반적인 패턴인데, 지금이 여기에 해당하는 시점이다. 궁금한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수의 추가 반등 여부이며, 다른 하나는 어떤 업종 또는 종목을 선택하느냐의 여부이다.

일단, 지수는 추가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어디까지 올라가느냐"인데, 1650선 전후를 보고 있다. 여기서 한 번 더 올라가면 1700선 정도를 볼 수 있는데, 그 이상으로 눈높이를 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가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최대 반등수준은 1700선이며, 1650선 이상에서의 반등탄력은 둔화될 전망이다.

업종과 종목 선택은 고민이다. 급락을 주도했던 은행/증권/건설업종이 좀더 유리한 건지, 아니면 외국인 매도로 인해 힘 한번 써 보지 못한 IT/자동차 업종을 후발주자로 겨냥해야 하는 건지… 이들 업종 공히 낙폭이 과도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차이점은 1) 실적모멘텀에서 IT와 자동차가 유리한 반면, 2) 외국인 매도 공세에선 은행/증권/건설이 한 발 벗어나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 파트장)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