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창균기자] 부동산시장에 스태그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물가상승의 영향으로 시중금리가 9% 안팎까지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지나치게 많이 받은 고액 대출자들은 앞다퉈 주택 처분에 나서고 있다. 최근 잠원동의 한 아파트는 시세(12억~13억원)보다 훨씬 싼 10억원대 초급매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친시장을 표방한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만해도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희망을 접고 있는 것이다.(여당과 정부는 선시장안정 후규제완화를 말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고용이 불안해 지고 물가가 오르면서 주택 구매력도 확 떨어졌다. 당장 쓸 돈이 줄어든 데다 앞날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택 구매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거래량은 지난 3~4월 강북 집값 상승 때 반짝 증가했다가 5월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여름 비수기를 지나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수요자들이 매수타이밍을 늦추고 있는 것도 거래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움츠러들면 공급은 그야말로 괴멸적 타격을 입게 된다. 13만가구(업계에서는 25만여가구 정도로 추산)에 달하는 미분양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건설업체로선 직격탄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미분양주택을 직접 매입(주공을 통해 1년동안 1143가구 매입)하고, 취득·등록세(1%포인트)를 깎아주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분양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벌써 건설업체의 부도 징후를 포착한 주택보증회사와 금융기관들은 시장 상황을 현미경처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 5000가구에서 1만가구 정도의 미분양 물량을 안고 있는 데다 자재 값이 올라 분양가를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업체 스스로 난국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본격화하면 수요와 공급이 더욱 쪼그라들면서 가격 급락, 건설사 도산이 속출할 것이다. 10년 전 외환위기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부자들은 또 한번의 기회를 맞겠지만 서민들은 더욱 곤궁해질 수밖에 없다. 빈익빈 부익부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가 시장참여자의 목을 더 죄기 전에 정부는 정부대로 공급자는 공급자대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