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도입 16년 실효성 논란
美, ''맞춤형 관리''로 고위험 범죄자 엄격 감독
英, GPS·음주감지 기술로 관리체계 효율화
효과성 검증 통해 증거 기반 제도 개선 필요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입 16년을 맞은 전자감독제도는 성범죄자 재범 방지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효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맞춤형 관리’, ‘기술 혁신’ 등 다른 나라의 전자감독제도에서 엿보이는 장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의 전자감독제도에서는 ‘맞춤형 관리’ 시스템이 눈에 띈다. 미국은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아동시설 주변 출입 제한, 인터넷 사용 제한 등 범죄 유형과 위험성에 따른 차별화된 준수사항을 법률에 명시하고 있다. 특히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에게는 더욱 엄격한 조건을 부과한다. 예를 들어 일부 주에서는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게 평생 전자감독을 실시하기도 한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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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나라의 전자감독은 대상자의 특성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형 ‘맞춤형 관리’ 체계를 벤치마킹해 범죄 유형과 재범 위험성에 따라 준수사항을 차등 적용하고, 이를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게는 더욱 엄격한 위치 제한과 인터넷 사용 제한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형 집행 종료 후 전자감독은 매우 광범위한 대상에 대해 강도 높은 개입이 이뤄지지만 우리나라의 전자감독은 위험성이 높은 소수를 대상으로 함에도 강도 높은 개입은 이뤄지지 못한다”며 “대상자의 위험성에 상응한 보호관찰·전자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수사항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기술 혁신’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영국은 위치정보시스템(GPS) 기술을 범죄 지도와 연계해 문제 행동 발생 시 보호관찰관이 즉각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더 나아가 음주 여부를 자동으로 확인하는 기술까지 도입했다. 이는 한정된 인력으로도 효과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그래픽=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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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GPS 기술을 범죄 예방 시스템과 연계하고 음주 감지 등 추가적인 기능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를 통해 보호관찰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보다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재범 위험 예측 시스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전자감독을 통해 수형자의 조기 가석방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교도소 수감에 따른 사회적 단절을 막고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도 전자감독의 실효성을 우선 확보한 이후엔 전자감독을 기반으로 수형자의 원활한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전자감독제도의 실효성 제고는 단순히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에서 시작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혁 국립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적확한 위험성 평가를 통한 적절한 준수사항 내지 전자감독의 부과, 기술적 요소에 대한 보호관찰 담당 공무원의 적절한 활용 등이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보호관찰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영국과 같이 다양한 시범운영과 효과성 검증을 통해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과정, 즉 증거에 기반한 보호관찰 및 전자감독 제도를 구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국 성범죄자 전자감독제도 특성 (자료: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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